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김정훈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매매 물건이 8만건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쌓이며 연중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았다. 금융 규제와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매도 물량이 소화되지 못한 채 시장에 누적되는 모습이다.
31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 9328건으로 나타났다. 연초인 1월 1일 5만 7001건 대비 39.2%(2만 2327건) 폭증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올해 1월 중순 5만 5420건으로 바닥을 다진 후 3월 하순 한때 8만건을 잠시 터치할 정도로 물량이 쌓이다 5월 다주택자 양도세 부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시장에서 매물이 소화되는 시간을 거쳤다. 하지만 가을 들어 다시 매물이 쏟아지며 사실상 연중 최다 수준인 8만건 돌파를 다시 눈앞에 뒀다.
반면 이날 전세 매물과 월세는 각각 2만 1397건, 1만 8706건으로 조사돼 연초 대비 각각 7.2%, 12.4% 줄어들었다. 임대차 매물은 여전히 풍부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물만 적체되고 있는 셈이다.
매물 적체의 주된 원인은 매수 심리의 급속한 냉각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 KB부동산이 집계한 10월 4주 아파트 시장동향을 보면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 대비 3.1포인트 떨어진 64.1을 기록했다. 이달 초순부터 3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며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권역별로는 강북 14개구가 69.3으로 5.2포인트 빠졌고, 강남 11개구는 59.4로 1.4포인트 밀려 매수자 우위 장세가 더욱 견고해졌다.
거래 절벽과 매물 누적은 주요 자치구 가격 변동으로 직결되는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7%로 전주(0.18%) 대비 오름폭이 축소됐다. 강북구(0.58%), 성북구(0.51%), 노원구(0.43%) 등 강북 외곽권은 미아·번동 북서울꿈의숲 인근 단지 등을 위주로 간헐적인 신고가가 나오며 오름세를 유지했으나, 강남구(-0.10%)는 하락으로 돌아섰다. 강남권은 매수자들의 짙은 관망세로 거래가 마른 채 매물이 누적되자 대치동·압구정동 일대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 하향 조정이 본격화했다. 강남구 전세가격 역시 전주 보합에서 -0.03%로 하락 전환했다.
수도권 인접 지역도 동반 둔화 양상을 보였다.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3%로 전주(0.25%) 대비 상승세가 꺾였다. 화성시 동탄구(0.98%)·병점구(0.92%), 수원시 권선구(0.88%) 등 남부권 일부 지역이 상승을 주도했으나, 단기 급등 부담으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일관하면서 추격 매수가 주춤해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8.3 세제 개편안으로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가격이 급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대출 규제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금리 부담과 가격 고점 인식 탓에 매입 시점을 늦추는 분위기”라며 “매수우위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매매 매물만 집중적으로 적체되고 있어 호가를 큰 폭으로 낮춘 급매물 위주로만 제한적인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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