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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생활속 과학이야기] 청동기부터 AI까지, 수천 년 광산의 경험을 읽다

세상에서는 생성형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연일 화제가 되지만, 광산 현장에서는 그 이야기가 크게 와닿지 않는 듯하다. 광석을 캐고 돌을 부수고 쇳물을 녹이는 일에 첨단 AI가 과연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이원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쾅, 쾅. 광산에서는 오늘도 돌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린다. 세상에서는 생성형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연일 화제가 되지만, 광산 현장에서는 그 이야기가 크게 와닿지 않는 듯하다. 광석을 캐고 돌을 부수고 쇳물을 녹이는 일에 첨단 AI가 과연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더구나 광업은 청동기 시대와 함께 시작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산업 가운데 하나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산업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 광산과 자원 처리 현장에서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광석에서 원하는 광물을 뽑아내는 과정은 겉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광석을 얼마나 잘게 부술지(분쇄), 어떻게 깨야 에너지를 덜 쓰고 효율적으로 분리할지, 원하는 크기의 입자를 어떻게 골라낼지(분급), 목표 광물을 어떻게 분리할지(선별)까지. 각 단계마다 광석의 종류, 경도, 광물 간 결합 상태에 따라 최적 조건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동안 이러한 판단은 대부분 숙련 엔지니어의 경험에 의존해 왔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전문가들이 설비의 소리와 진동을 통해 상태를 파악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투입량과 운전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정밀하지만 느리고 사람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었다.이 지점에서 AI가 새로운 역할을 맡기 시작한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센서는 분쇄기의 진동, 모터 전류, 배출구 온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여기에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술을 적용하면 AI는 수많은 운전 데이터를 학습해 에너지를 최소로 사용하면서도 원하는 입도를 얻는 조건을 찾아낸다. 바둑 AI가 수많은 대국을 통해 최적의 수를 찾아가듯 공정 제어 AI도 반복 학습을 통해 효율적인 운전 방식을 도출한다. 특히 분쇄 공정은 전체 에너지의 60-70%를 차지하는 만큼 이러한 최적화는 상당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부유선별 공정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부유선별은 물속에서 목표 광물 입자만 거품에 붙어 떠오르게 하는 방식의 분리 공정인데, 숙련된 엔지니어들은 거품의 크기와 색깔, 흐름을 눈으로 관찰해 공정 상태를 판단해 왔다. 이제는 카메라가 거품을 촬영하고 합성곱 신경망(CNN)이 이미지를 분석해 광물 품위를 즉각 예측한다. 과거에는 실험실 분석 결과를 기다리느라 공정 조정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AI 기반 이미지 분석을 활용하면 공정 상태를 즉시 파악하고 운전 조건을 바로 조정할 수 있다.설비 유지관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광산 설비는 규모가 커 작은 부품 하나의 고장만으로도 전체 공정이 멈출 수 있다. AI는 진동과 온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실제 고장이 발생하기 수 주 전부터 이상 징후를 경고한다. 사후 수리 중심의 관리 방식이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다.여기에 디지털 트윈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변화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실제 공장을 컴퓨터 안에 가상으로 복제해 다양한 운전 조건을 시뮬레이션하고 최적의 조건을 미리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 환경에서 수백 가지 시나리오를 시험한 뒤 그 결과를 현실 공정에 적용하는 방식이다.AI가 처음부터 현장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랜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AI가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AI는 숙련 기술자를 밀어내기보다 그들의 경험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더 빠른 판단을 돕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쾅, 쾅. 오늘도 광산에서는 돌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린다. 겉으로 들리는 소리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소리 뒤에서는 데이터를 읽고 패턴을 찾으며 다음 고장을 예측하는 새로운 눈이 작동하고 있다. 수천 년을 이어 온 가장 오래된 산업이 이제 가장 새로운 기술과 만나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원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이원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이원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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