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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의 한가운데]부처님오신날, 깨달음의 사회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사찰마다 연등이 밝혀지고, 세계 불교계도 유엔 베삭(UN Vesak)의 이름으로 역사적 붓다인 고타마 싯다르타의 탄생과 깨달음을 함께 기린다. 부처님오신날에 묻는다.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 마음은 그만큼 평화로워졌는가?

[생의 한가운데]부처님오신날, 깨달음의 사회화

[생의 한가운데]부처님오신날, 깨달음의 사회화

칼럼

새전북

2026년 05월 27일 16:01

승인

2026년 05월 27일 19:04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사찰마다 연등이 밝혀지고, 세계 불교계도 유엔 베삭(UN Vesak)의 이름으로 역사적 붓다인 고타마 싯다르타의 탄생과 깨달음을 함께 기린다. 부처님오신날에 묻는다.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 마음은 그만큼 평화로워졌는가? 정보는 넘쳐나는데, 우리 사회의 지혜는 깊어졌는가? 경제는 성장하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는 과연 두터워졌는가? 부처님오신날의 연등은 단지 사찰 마당을 밝히는 장엄한 불빛만이 아니다. 그것은 어두운 시대의 마음을 비추고, 고통받는 이웃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지혜와 자비의 등불이어야 한다.

붓다의 깨달음은 개인 내면의 평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인간과 사회가 안고 있는 고통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원인을 밝히며, 그 고통을 넘어설 길을 제시하였다. 고통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어떻게 멈출 수 있는지, 어떤 삶의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이것이 사제(四諦), 곧 고통의 진리, 고통의 원인, 고통의 소멸, 고통을 소멸하는 여덟가지 길이다.

오늘 우리 사회도 이 사제의 지혜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는 고통은 개인의 마음속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빈부 격차, 세대 갈등, 노사 갈등, 정치적 대립, 혐오와 배제, 외로움과 우울, 경쟁의 피로가 사회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전쟁과 난민, 기후위기와 생명파괴, 종교와 문명의 충돌이 인류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만든 갈등과 폭력은 수많은 생명을 삶의 터전에서 밀어내고, 평범한 일상을 하루아침에 절망으로 바꾸고 있다.

한국 사회에 다양한 문제가 도출되고 있다. 자살률의 상승, 청년 세대의 불안, 노년층의 고립, 지역 공동체의 약화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개인의 인내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단지 개인의 선택이나 나약함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관계망이 끊어지고, 공동체의 돌봄 기능이 약해지고, 실패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회적 돌봄의 품이 좁아졌다는 경고다.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는 새롭게 읽혀야 한다. 붓다는 고통받는 존재를 외면하지 않았다. 병든 수행자를 손수 돌보고, 아픈 이를 돌보는 것이 곧 붓다를 돌보는 일이라고 가르쳤다. 이것은 종교적 자비가 관념에 머물지 않는 구체적 돌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비는 말로 선언되는 덕목이 아니라, 아픈 사람 곁에 머무는 손길이고, 갈등하는 공동체를 다시 이어주는 실천이다. 불교가 오늘의 사회 속에서 해야 할 일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붓다의 가르침 가운데 연기(緣起)는 현대 사회를 다시 세우는 중요한 지혜다. 모든 존재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삶은 타인의 노동과 자연의 은혜, 사회의 제도와 공동체의 보살핌 속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을 자연의 주인으로, 강자를 약자의 지배자로, 나와 타인을 경쟁의 상대로 여겨왔다. 그 결과 자연은 파괴되고, 사람은 소외되었으며, 사회는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연기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의존과 상생의 생명적 관계다.

이제 깨달음은 사회화되어야 한다. 개인의 마음공부는 소중하지만, 마음공부가 사회적 책임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수행은 눈을 감고 고요해지는 일만이 아니라, 눈을 뜨고 고통의 현장으로 나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것이 대승불교의 보살정신이다. 붓다의 지혜는 지나친 탐욕을 줄이고, 폭발하는 분노를 다스리며, 어두운 어리석음을 밝히는 길이다. 그 지혜가 사회 속에서 실천될 때 빈곤과 폭력, 차별과 혐오, 소외와 절망을 줄이는 힘이 된다.

부처님오신날의 참뜻은 “나만 평안한 삶”이 아니라 “함께 평안한 세상”을 발원하는 데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경제적 부유만이 아니라 더 깊은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마음의 문명이다. 더 빠른 AI와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더 따뜻한 관계의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밝힌 등불 하나가 우리 주변의 어둠 전체를 몰아내지는 못할지라도, 각자 각자 밝힌 등불이 서로 이어질 때 어두운 길은 밝아진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우리 사회가 지혜와 자비의 등불을 함께 들고 “지금 여기의 정토”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염원한다./박광수(원광대학교 명예교수·K-전통문화학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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