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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상황 따라 알아서 걷고·뛰고·점프…‘똑똑한’ 사족보행 로봇 나왔다

‘어떻게 걸을지’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는 시대가 열렸다. 계단에서는 걷고, 틈은 뛰어넘고, 숲길에서는 균형을 잡는 등 주변 환경에 맞춰 보행 방식을 바로 바꾸는 사족보행 로봇 제어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로봇 ‘하운드(HOUND)’가 숲길의 쓰러진 나무를 넘으며 자율 보행을 하고 있다. 사진=KAIST 제공

‘어떻게 걸을지’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는 시대가 열렸다. 계단에서는 걷고, 틈은 뛰어넘고, 숲길에서는 균형을 잡는 등 주변 환경에 맞춰 보행 방식을 바로 바꾸는 사족보행 로봇 제어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18일 과학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은 고려대 홍승우 교수·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걷기·달리기·점프 등 다양한 보행을 하나의 제어기로 통합해 자유롭게 선택·전환하는 사족보행 로봇 핵심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네 다리로 움직이는 사족보행 로봇은 바퀴형 로봇보다 험한 지형에 강하다. 하지만 실제 야외에서는 계단차나 틈·쓰러진 나무 등 여러 형태의 장애물이 널려 있어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기존 사족 보행 로봇은 각각의 보행 기술을 개별 제어하기에 평지 달리기나 단순한 장애물 통과를 넘어 상황 변화에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족보행 로봇 ‘하운드(HOUND)’가 장애물이 놓인 다양한 야외 환경에서 걷기·뛰기·점프 등을 구현하고 있다. 사진=KAIST 제공

이에 연구팀은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APT-RL

(Action Pretrained Transformer-based Reinforcement Learning)

’이라는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반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로봇이 걷기와 달리기, 점프 등 여러 보행 기술을 미리 학습한 뒤 실제 환경에서는 지형과 이동 속도에 맞춰 가장 적합한 움직임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학습 과정도 크게 단축했다. 기존에는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모션캡처로 대량 수집해야 했지만, 연구팀은 로봇 동역학과 궤적 최적화 기법을 활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15.5시간 분량의 고품질 보행 데이터를 단 8분 만에 생성했다. 이후 강화학습을 통해 계단과 단차, 틈 등 복잡한 3차원 지형에서도 최적의 보행 방식을 스스로 익히도록 했다.

여기에 깊이 카메라와 라이다(LiDAR)도 결합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로봇은 장애물의 형태와 거리, 목표 이동 속도를 분석한 뒤 가장 적합한 보행 전략을 즉시 선택한다. 별도의 모드를 바꾸거나 사람이 명령하지 않아도 걷기와 달리기, 점프를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자체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KAIST 하운드(HOUND)’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실험은 실내 장애물 코스는 물론 KAIST 캠퍼스와 숲길 등 실제 야외 환경에서 진행됐다.

그 결과 KAIST 하운드는 계단과 잔디, 경사로가 있는 도시 환경뿐 아니라 쓰러진 나무와 노출된 뿌리, 낙엽길 같은 비정형 자연 지형에서도 상황에 맞춰 보행 방식을 바꾸며 안정적으로 이동했다. 특히 장애물이 많은 험지에서는 순간 최고 초속 6m(약 시속 22㎞)의 속도를 기록해 빠른 이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실험에서는 이동 환경과 목표 속도에 따라 대각선 다리를 번갈아 사용하는 ‘트롯(trot)’과 앞·뒷다리를 함께 사용하는 도약형 보행인 ‘바운드(bound)’를 스스로 선택해 전환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하나의 제어기 안에서 걷기와 달리기, 점프, 단차 극복 등 다양한 동작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왼쪽부터) KAIST 박재현 박사과정생, 박해원 교수, 고려대 홍승우 교수, 강준길 연구원(연구 당시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사진=KAIST 제공

박해원 KAIST 교수는 “사족보행 로봇이 실내외의 복잡한 지형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보행 전략을 선택·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재난 현장과 국방, 산업시설 점검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피지컬 AI 기반 이동 로봇의 활용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연구를 수행한 홍승우 고려대 교수 역시 “로봇 동역학과 궤적 최적화 등 모델 기반 기법을 강화학습과 결합해 학습 효율을 크게 높였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험지에서도 활용 가능한 차세대 이동 로봇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로봇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7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이달 15일 (현지 시간)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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