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가(家)의 상속세 납부가 이달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이재용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이 해소되면서 그간 제약 요인이었던 지분 재편 작업이 현실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산(약 26조원)에 대한 상속세 분납이 이달 종료된다. 삼성 총수 일가는 2021년부터 5년에 걸쳐 분납을 진행해왔으며, 이번 납부를 끝으로 대규모 세금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회장은 이미 법원에 공탁했던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 지분을 해지한 상태로, 향후 지분 매각과 매입 등 전략적 의사결정의 폭이 크게 넓어질 전망이다.
◇ 금산분리 리스크 해소가 '핵심 과제' =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율은 1%대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한 간접 지배 구조를 통해 그룹을 통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요구하는 '금산분리'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시가 기준으로 평가받아 일정 한도를 초과하는 물량을 처분해야 한다. 이는 단순 규제 리스크를 넘어 대규모 물량 출회에 따른 주가 변동성 확대, 즉 오버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과정에서도 삼성생명의 지분율 상승 문제가 불거지며 규제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일부 지분을 매각하며 선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성이 이미 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생명 줄이고 물산 키운다"···유력 시나리오는 =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이를 삼성물산이 흡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금산분리 리스크를 해소하는 동시에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이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사업 구조를 재편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재상장시키며 투자 유치 기반을 마련했다. 향후 외부 자금 유입과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재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변수는 삼성전자 주가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동일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자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를 위해 삼성물산이 최소 10%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단기간 내 달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분할 매입을 통한 점진적 개편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부터)이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사진=서울파이낸스 DB)
◇ 계열분리 가능성···'이부진·이서현 체제' 현실화될까 =
상속세 이슈 해소는 계열분리 논의에도 불을 지피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와 이서현 사장이 담당하는 삼성물산 패션·리조트 부문은 그룹 핵심 사업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독립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도 만만치 않다. 호텔신라는 지분 구조상 단독 분리가 쉽지 않고, 삼성물산 내 리조트·패션 사업 역시 분할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계열분리보다는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이 우선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속세 납부 완료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출발점일 뿐"이라며 "향후 5~10년에 걸쳐 삼성생명 지분 축소, 삼성물산 지배력 강화, 계열 구조 재편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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