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
임대차 만기를 앞두고 점포를 양도하면서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났다는 상가 임차인들의 호소가 있다.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하려 해도 임대인이 이를 거절하거나 협조하지 않아 분쟁이 길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법조계는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 주선을 가로막을 경우, 임차인은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권리금반환소송(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활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권리금 회수의 출발점은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새로운 임차인을 적극적으로 주선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주선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했다 하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을 적용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리금 분쟁의 승패가 사실상 '주선 절차의 기록'에서 갈린다는 진단이다.
전형적인 분쟁 구조는 이렇다. 7년째 음식점을 운영해 온 A씨는 임대차 만기를 4개월 앞두고 새로운 임차인 D씨를 직접 데려와 임대인과의 임대차 계약 체결을 주선했다. A씨는 D씨로부터 권리금 1억2,000만원을 받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임대인은 시세보다 큰 폭의 보증금·차임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D씨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A씨는 권리금을 한 푼 받지 못한 채 점포를 비웠다. 다른 사례에서 B씨는 임대인이 “건물을 리모델링해 직접 운영할 계획”이라며 신규 임차인 주선 자체를 거절해 권리금을 잃었다. 이런 사례에서 임차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권리금반환소송이다.
법리적으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에 명시되어 있다.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 또는 그에 준하는 금원을 요구·수령하는 행위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 지급을 막는 행위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같은 법은 ① 신규 임차인이 보증금·차임 지급 능력이 없는 경우 ②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③ 임대차 목적 부동산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우 ④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등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다.
임대인이 이 같은 정당한 사유 없이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하면 임차인은 권리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임대차가 종료된 날부터 3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하는 제척기간 규정도 함께 두고 있어 시점 관리가 필수다.
실무 절차는 통상 ▲신규 임차인 주선 사실 입증자료 확보 ▲내용증명을 통한 임대인 거절·방해 사실 정리 ▲권리금 감정 ▲권리금반환소송 제기 ▲손해배상 판결 후 강제집행 순으로 진행된다. 권리금 자체는 보통 임대인이 아니라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받는 돈이지만, 임대인이 회수기회를 방해해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지 못했다면 그 손해는 임대인이 책임진다. 권리금 액수는 영업가치·시설가치·바닥권리금 등을 종합 평가하는 권리금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되며, 소송 단계에서 법원이 감정인을 선정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차 종료 후 3년이 지나면 소를 제기할 수 없으므로 만기를 전후한 시점부터 절차를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권리금 분쟁에서 임차인이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은 신규 임차인을 단순히 소개만 하고 정식 주선의 형태로 임대인에게 전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신규 임차인의 인적 사항·자력·임차 조건이 담긴 임대차계약서(안) 등을 정리해 내용증명으로 임대인에게 송부해 두면, 추후 임대인의 거절·방해가 권리금 회수기회 침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다. 권리금 회수의 성패는 결국 만기 전후 6개월 동안 임차인이 어떤 기록을 남겼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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