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삼전닉스는 수십조 성과급 vs 마이크론 38조·TSMC 85조 투자… K반도체...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가까스로 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기업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전닉스는 수십조 성과급 vs 마이크론 38조·TSMC 85조 투자… K반도체...

법인세 떼기도 전 ‘성과급 잔치’… ‘영업익 N% 성과급’ 먼저 떼고 경쟁 가능할까

삼성 파업 막았지만 주주충실의무 위반 논란도…“성과급 기준 투명화·다각화 필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가까스로 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기업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사가 ‘영업이익의 N%’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대못 박듯 고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업의 장기 생존을 담보할 핵심 투자 재원이 일시에 증발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호황과 불황의 골이 깊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당장 눈앞의 성과급 잔치에 매몰되어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초격차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는 막대한 선제적 설비투자(CAPEX)가 생존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다. 호황기에 천문학적인 현금을 비축해 두어야만, 불황기라는 혹독한 겨울이 왔을 때 치킨게임을 버텨내고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국내 반도체 산업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초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만 약 4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시장 전망대로 올해 250조 원 안팎, 내년 400조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경우, 이 회사가 2년 동안 직원들에게 나눠주어야 할 성과급은 무려 65조 원에 육박한다. 첨단 반도체 생산 라인(팹) 3개 이상을 동시에 짓고도 남을 거액의 현금이 고스란히 고정 비용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K반도체가 성과급 배분 방식을 두고 안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미국과 대만의 글로벌 경쟁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현금을 쏟아부으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한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기존 20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약 38조 원)로 대폭 늘렸다. 미국 뉴욕주 메가팹 건설에 향후 20년간 1000억 달러(152조 원)를 투자하는 등 미국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거대한 생산 기지를 구축 중이다.

파운드리 절대강자인 대만 TSMC 역시 올해 설비투자를 최대 560억 달러(약 85조 원)까지 상향하며 대만 본토와 미국, 유럽을 잇는 글로벌 공급망을 완성해가고 있다. 경쟁국들이 국가적 사활을 걸고 영토를 확장할 때,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은 사내 분배 갈등에 발목이 잡혀 미래 성장 동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이번 성과급 고정 합의는 기업 거버넌스의 근간을 흔들고 주주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법적·제도적 논란마저 자초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 공동의 몫인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지적이다.

기업의 이익은 국가 세금, 미래를 위한 투자, 그리고 주주 환원의 재원으로 먼저 쓰이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주주 단체들이 “성과 보수는 노사가 임의로 합의할 근로조건이 아니며,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무효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 주장이다. 주인인 주주들의 허락도 없이 경영진과 노조가 밀실에서 회사의 곳간을 열어젖히는 행태는 시장 경제 체제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용했던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이 산출 방식의 불투명성으로 직원들의 불신을 키운 측면은 있다. 그러나 그 대안이 기업의 자본 유연성을 완전히 묶어버리는 ‘영업이익 직결형 성과급’이어야 할 수는 없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엔비디아는 단순 이익 규모가 아니라, 경쟁사 대비 주주 가치를 얼마나 올렸는지를 뜻하는 ‘상대적 총주주수익률(TSR)’과 매출·영업이익 증가율을 꼼꼼히 따져 보상 체계를 정한다.

노조의 압박에 밀려 철저한 검증도 없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보장해 주는 식의 기형적 구조는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다각화하고, 호황기의 보상을 주식(RSU) 등으로 이연 지급해 임직원과 기업의 장기 성장을 묶는 거시적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논평을 통해 “경영진, 이사회, 임직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해하고 측정할 수 있는 간단한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따르면, 애플의 임원평가 및 보상은 ▲ 상대 총주주수익률 ▲ 매출액 증가율 ▲ 영업이익 증가율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엔비디아 역시 ▲ 3년 상대 총주주수익률 ▲ 매출액 증가율 ▲ 영업이익 증가율 지표 등을 사용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서 호황기에 충분한 자본을 확보해놓지 못하면 일종의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불황기를 버틸 수 없다”며 “K-반도체가 경쟁국들과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