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스페이스X가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열풍 속에 새로운 ‘밈(Meme) 주식’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게임스톱과 중소형 종목에 집중됐던 밈 주식 현상이 이제는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기술기업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삼성전자·하이닉스가 밈 주식?…“기대와 심리에 움직여”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슐리 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최근 ‘왜 스페이스X,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밈 주식이 됐나’라는 칼럼을 통해 이들 기업이 전통적인 가치평가보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종목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렌은 과거 밈 주식 열풍이 게임스톱과 AMC 같은 중소형 종목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스페이스X,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글로벌 대표 기술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들 기업의 공통점으로 ‘적정 가치를 계산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스페이스X는 현재 실적보다 화성 개척과 우주 산업 확대라는 미래 비전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움직이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반도체 업황 사이클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일반적인 잣대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23년 초 26배 수준에서 약 1년 반 만에 8배 안팎까지 낮아졌다. 업황 전망 변화만으로도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주가 움직이는 건 실적 아닌 파생상품?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텍사스 스타베이스 본사에서 원격 연결된 화면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AFP뉴스1
렌은 최근 주가 급등의 배경으로 파생상품 시장의 영향력을 지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감마 스퀴즈(Gamma Squeeze)’다.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콜옵션을 매수하면 이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이 위험 관리를 위해 기초 주식을 추가 매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주가 상승이 다시 매수세를 자극하는 구조다.
그는 최근 스페이스X 옵션 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 옵션 거래 첫날 100만건이 넘는 콜옵션 거래가 몰렸고, 유통주식 비율이 7.5%에 불과한 상황에서 헤지 목적의 주식 매수가 집중되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파생상품 거래 규모도 크게 늘었다.
렌은 특히 SK하이닉스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실제 투자 판단보다는 파생상품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계적 매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한 헤지 거래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막차는 위험하지만, 정면 승부도 위험”
다만 렌은 현재 상황을 2021년 게임스톱 사태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당시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한 투기적 매수세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월가 주요 금융회사들이 스페이스X와 AI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장기 성장 전망을 잇달아 제시하며 시장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스페이스X 역시 민간 우주산업 확대와 스타링크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렌은 개인투자자들이 단순히 주가 상승만 보고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막대한 유동성이 몰리는 시장 흐름에 맞서 무리하게 하락에 베팅하는 것 역시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들의 성공담만 보고 뒤늦게 뛰어들어 마지막 매수자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도 “거대한 유동성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도 현명한 전략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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