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5월21일부터 18일간 파업을 예고하며 사상 초유의 반도체 ‘셧다운’(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계 안팎의 우려가 27일 높아지고 있다. 특히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 집회까지 예고하면서 사측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23일 집회 당일 야간 시간대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의 생산 실적이 58.1% 급락했고, 메모리 생산 실적은 18.4% 떨어졌다고 밝혔다. 집회 참석의 여파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노조 측은 18일 동안 총파업을 할 경우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와 설비 복구 비용을 합쳐 30조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또 집회의 여파로 인해 집회 후 다수의 글로벌 빅테크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급 차질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대외 신뢰도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낸드플래시 등은 글로벌 AI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부품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PC, 자동차 등에도 삼성전자 반도체가 공급된다.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생산 라인을 멈출 경우 여러 산업이 동시에 마비될 수 있다.
노조는 현재 연봉의 50%로 설정된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올해 전망치 300조 원 기준)의 15%에 달하는 45조 원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분기 만에 57조 원 수준을 달성한 전례 없는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수십 년간 축적된 150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 비용과 230조 원의 시설 투자가 만들어낸 ‘자본과 기술의 결실’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회사가 올해 AI 메모리 주도권 확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연간 110조 원 이상의 투자 집행을 약속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가 경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사측은 노조의 파업 강행에 맞서 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핵심 쟁점은 ‘안전보호시설’ 유지 운영이다. 사측은 유독 가스와 화학물질을 다루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전체 인원의 5% 수준인 안전 인력만큼은 반드시 정상 근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반도체 사업장이 ‘필수 공익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 인력 동원도 파업의 권리라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인천지법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원료 변질을 막기 위한 필수 작업은 유지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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