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허지현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성훈 기자 | 삼성전자의 성과급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노사 갈등을 넘어 노조와 주주간의 갈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내달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준비 중인 가운데 주주단체가 같은 날 동일한 장소에서 집회를 예고했다.
◆노조, 6월 7일까지 총파업 예고…평택 집회 당일 파운드리 58% 급락
27일 삼성전자 노동조합(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다음 달 21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에 나선다. 노조는 지난 23일 경기 평택사업장 앞에서 ‘2026년 삼성전자 임금교섭 승리를 위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노조는 파업 규모와 계획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이 높아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의 예고대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감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송현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인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가져올 파급력을 분석하면 공장 중단 시 하루 평균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기간의 영업일은 총 10일로, 파업이 장기화되면 총 10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 노조는 조합원 4만여명 이상이 참여한 지난 23일 평택캠퍼스 집회 당일 야간 시간대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과 메모리 생산 실적이 각각 58.1%, 18.4% 떨어졌다고 밝혔다.
◆엔비디아·AMD, ‘공급망 회복 탄력성’ 평가…물량 리스크 분산 우려
다만 송 교수는 수치적인 손실보다는 보이지 않는 비용에 대한 리스크가 훨씬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신뢰 자산 소멸 ▲영구적 시장 상실 ▲인공지능(패권) 경쟁 기회비용 ▲인재 이탈 및 사기 저하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5가지를 핵심 리스크로 꼽았다.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이 ‘공급망 회복 탄력성’과 ‘ESG 리스크’를 공급업체 평가 항목으로 두고 있는 만큼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겪을 경우 삼성전자가 리스크 분산을 위해 타사로 돌려진 물량을 다시 가져오기는 매우 어렵다는 분석이다.
송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수 있다”며 “공정 검증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갈등의 원인은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과 정보 비대칭이라고 분석했다. 노조는 지난달 ‘인재를 잃으면 삼성전자 미래 없다 – 공동투쟁본부의 요구’ 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투명화와 상한 해지의 제도화는 이번 교섭의 핵심 의제’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는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노조의 집회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결의문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에 45조원…주주단체, 맞불 집회
현행 OPI 제도의 경우 사업부의 실적이 목표를 넘겼을 경우 매년 한 차례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고 있다. 다만 노조는 결정에 필요한 세부 숫자와 계산 과정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삼으며 산정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원의 상한을 해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OPI의 재원으로는 영업이익의 15%를 주장했다.
만약 노조의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상한 없는 OPI를 지급할 경우,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원 기준 성과급은 45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37조7000억원의 예산을 뛰어넘는 액수이자 삼성전자의 연간 배당 규모인 약 11조원의 4배를 넘는 수치다.
이에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노조가 집회를 여는 내달 21일 오후 1시부터 2시간여 앞선 오전 10시 30분부터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성과급 갈등이 노사 갈등을 넘어 노조와 주주간의 갈등까지 번진 것이다.
주주운동본부는 평택캠퍼스 집회가 진행된 지난 23일에도 소액주주들이 모여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공장 폐쇄는 성과급 협의와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상한선 없이 성과급을 달라는 것은 무제한의 권리만 찾는 악덕 채권자와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와 주주단체의 맞불 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양측의 갈등이 단순 성과급 분배를 넘어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과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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