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양산 출하한 HBM4. [사진=삼성전자 제공]
구글이 최근 발표한 메모리 사용량 절감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를 둘러싸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낙관론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서버용 D램(DRAM)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둔화 가능성은 분명 존재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오히려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6만 원을 유지했다. KB증권도 기존 목표주가 32만 원을 유지하며 최근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평가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구글의 터보퀀트와 엔비디아의 'KVTC' 등 압축 기술이 인공지능(AI) 서버의 메모리 사용 효율을 높이면서 중장기적으로 서버 D램과 eSSD 수요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다만 이날 오전 9시 32분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37% 내린 16만8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이러한 기술 변화가 2027~2029년 서버 D램과 eSSD 수요 전망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압축된 데이터를 다시 불러와 해제하는 '온로딩' 과정에서 GPU와 TPU, 그리고 HBM의 추가 연산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HBM4에서 기술 경쟁력 우위를 점한 삼성전자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고 봤다. 즉, 범용 메모리 일부 수요는 압박받더라도 AI 핵심 메모리인 HBM 수요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을 125조 원, 영업이익을 43조 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와 시장 컨센서스인 매출 121조 원, 영업이익 39조6000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분기 중 발생한 모바일 메모리 제품의 긴급 주문 영향으로 모바일 D램과 낸드 가격 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봤다. 파운드리 사업은 아직 영업적자가 이어지겠지만, 4나노미터(nm)와 2nm 공정에서 신규 고객 및 신규 제품 수주가 늘고 있어 하반기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사업부별 온도차는 존재한다. DX(스마트폰·TV·가전) 부문은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디스플레이(SDC)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9%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 폭이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2분기 전망도 밝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을 136조 원, 영업이익을 57조 원으로 제시하며 시장 컨센서스인 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3조6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특히 HBM4의 엔비디아향 판매가 급증하면서 HBM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HBM 시장 내 점유율 상승 역시 실적 개선의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KB증권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터보퀀트와 같은 저비용 AI 기술이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탑재량 감소 우려를 자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 진입 장벽을 낮춰 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90년대 인터넷 보급 초기 종이 사용 감소가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문서와 이메일 출력 확산으로 종이 사용량이 급증했던 사례를 들며, 효율 개선이 오히려 총수요 확대를 불러오는 '역설'이 재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B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51조 원,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5% 증가한 220조 원으로 전망했다. 터보퀀트가 촉발한 시장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으며, 최근 주가 조정은 중장기 투자자에게 유의미한 매수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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