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잠정 영업익 57조 원… “내년 488조 원으로 세계 1위” 전망도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을 확인한 여의도 증권가 분위기는 ‘정말 놀랍다’ ‘진짜 대단하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황이 좋을 때 항상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기에 영업이익 50조 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4월 7일 삼성전자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알려진 뒤 여의도 증권가에서 나온 반응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7조2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8.06%, 영업이익은 755.01% 급증했다. 전기와 비교해도 매출이 41.73%, 영업이익은 185% 증가했다. 올해 들어 단 3개월 만에작년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약 43조 원)을초과하는 실적을 낸 만큼 이제 증권가의 시선은 삼성전자가 어디까지 질주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상회
지난주 증권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선 “삼성전자가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메리츠증권은 4월 3일 낸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53조9000억 원으로 메모리 업황 개선 본격화가 반영된 지난해 4분기 20조1000억 원을 크게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은 이 예상조차 뛰어넘었다.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50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치로 시선을 넓혀도 올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많았던 건 2018년(58조9000억 원) 한 해 뿐이다.
삼성전자의 역대급 호실적은 인공지능(AI) 산업 전환에 따른 구조적 성장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이날 사업 부문별 잠정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업황을 보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꾸준히 늘면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물론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오름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보다 90∼95% 올랐고 2분기에도 60% 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삼성전자 DS 부문이 최근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HBM,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오름세로 5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삼성전자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은 상황에서 약 57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것은, 환율 1400원으로 계산하면 53조 원 정도를 기록했다는 것”이라며 “다만 환율을 감안해도 이번 실적이 매우 대단한 수준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최근 수출 동향을 보면 D램과 낸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런 점이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잠정 실적 발표 당일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 원을 돌파하고 내년에는 5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KB증권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2026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메모리 공급 부족 장기화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로 전년 대비 8배 증가한 327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데 이어 “2027년 488조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삼성전자 D램과 낸드 출하량의 60%를 흡수하고 있으며, 연간 1000조 원을 상회하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구조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는 게 주된 근거다. 이번 잠정 실적과 근접한 예상치를 내놓은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분기별 예상 영업이익을 1분기 73조4000억원, 2분기 90조3000억원 3분기 104조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란 전쟁 리스크로 반도체 호황 끝날 가능성 낮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운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여지는 없을까. 올해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에 핵심 요인은 ‘전쟁’이 아닌 ‘빅테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염 이사는 “최근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하는 것은 PC(개인용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아닌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라면서 “향후 미국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크게 줄이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이란 전쟁 리스크로 반도체 호황이 갑자기 끝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주가의 관전 포인트로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흑자 전환 여부를 꼽는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 역량을 가진 데다 파운드리까지 보유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빅테크 일감 수주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경우 반도체 생태계에서의 경쟁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한 박 대표의 분석이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 70%를 차지한 TSMC의 시가총액이 2600조 원으로 시장 점유율 10%당 400조 원 정도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의 7% 정도를 점유하는 삼성전자가 향후 파운드리 사업 적자를 빠르게 줄이고 나아가 흑자까지 기록한다면 주가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주도하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면, 앞으로 2년은 삼성전자의 주가 퍼포먼스가 더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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