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앞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민경권 대표(오른쪽)가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문기수 기자] 파업 돌입을 하루 앞둔 20일,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의 중재 아래 임금협상 잠정 합의를 이뤄내며 일단 파국은 피했지만, 외부 세력들의 '딴지걸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체가 모호한 소액주주 단체의 법적 대응 예고에 이어 "성과를 협력업체와도 나누라"는 양대 노총의 요구가 나오자 업계에서는 "지나치다"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단체를 표방한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노사 잠정합의안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가 세전 영업이익에서 특정 비율(12%)을 적산·할당하기로 한 노사 간의 합의는 명백히 위법하다"며 "이러한 중대한 결정은 주주총회의 공식적인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라고 주장했다.
주주운동본부는 향후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상정될 경우 즉각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과 위법행위 유지청구권(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주장을 폈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경영진과 노조의 독단을 막기 위해 전국적인 단위의 주주 결집 행동에 즉시 돌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업계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상법상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 기준을 정하는 문제는 통상적인 경영 활동이자 노사 간 교섭 사항으로 볼 여지가 크다. 일반적으로 이사회 및 경영진의 권한 범주에 속한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주주들이 경영진 판단에 이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미 도출된 노사 합의를 주주총회 안건이나 소송을 통해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에 대한 대표성과 실질적 기반을 둘러싸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단체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불거지기 전까지 뚜렷한 활동 이력이 알려지지 않았고, 공식 홈페이지 등 기본적인 대외 소통 창구도 확인하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를 맡고 있는 민경권 씨 역시 스타트업 운영 경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이력과 관련 활동 내역은 외부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노사 갈등이 깊어지는 국면에서 500만 삼성전자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듯한 입장을 내고 있으나, 실제로 뜻을 함께하는 주주의 수나 보유 지분 규모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 사무실에서 여명구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앞줄 왼쪽)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26년 삼성전자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뒤 손을 맞잡은 채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노사합의 끝나자 숫가락 얹는 양대노총 "협력업체와도 나눠야" 주장
노동계 양대 노총의 선넘는 반응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번 잠정 합의 직후 성명을 내고 하청 및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성과를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오늘의 삼성노조는 반도체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숭고한 희생이 만든 결과물"이라며 "삼성이 거둔 세계적 성과는 대기업 정규직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위험과 열악함을 온몸으로 버텨낸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과 지역사회가 결합한 '사회적 총노동'의 결실이므로 성과 독식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상급 단체가 없는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초일류 기업노조라는 우월적 지위를 내려놓고 전체 노동전선의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측은 교섭 과정에서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했던 정부를 향해서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유린하고 철저히 자본의 편에 선 명백한 노동 탄압"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한국노총 역시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성과의 과실이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납품단가 구조 개선, 기술·생산 이익 공유, 상생협력 강화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교섭 당사자가 아닌 외부 단체들이 합의 직후 분배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상급 단체 없이 독립적으로 교섭을 진행한 삼성전자 노사의 합의 결과에 대해 외부 조직이 성과 분배와 후속 조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자칫 합의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렵게 도출된 노사 간 합의안을 두고 주주단체의 법적 대응 예고와 양대노총의 추가 요구가 이어지면서, 타결의 의미와 후속 논의의 방향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이 힘겹게 마련한 합의의 취지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의 문제 제기 역시 사실관계와 대표성, 법적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속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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