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부진에 빠진 가전(DA) 사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저수익 제품 생산을 줄이고 외주화를 확대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제품과 미래 성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A사업부는 최근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확보 방안을 공유했다. 핵심은 생산 효율화다.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수익성이 낮은 일부 가전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외주 생산으로 전환한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범용 가전에서 직접 생산 비중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1989년 이후 주요 글로벌 생산 거점 역할을 해온 말레이시아 공장까지 폐쇄하기로 하면서, 생산 전략의 방향 전환이 더욱 분명해졌다. 그동안 규모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면, 이제는 수익 중심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정은 가전 사업을 둘러싼 환경 악화와 맞닿아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원가 상승이 동시에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얼과 미디어 그룹 등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원자재와 부품 가격 상승은 제조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LG전자와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 전략을 강화한다.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를 앞세워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핵심 제품군에서 고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브랜드 차별화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많이 파는 구조에서 벗어나, 이익을 남기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대표적인 분야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수한 독일 플랙트그룹을 중심으로 중앙공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산업 및 대형 건물용 공조 시장은 연평균 9% 이상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B2B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구독 서비스 확대 역시 중요한 축이다. 가전을 단순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렌탈과 유지관리 서비스를 결합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서 서비스 기반 사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조직 개편 움직임도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TV·생활가전·스마트폰 판매를 담당하는 한국총괄 조직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이번 진단은 기존 사업지원실이 아닌 DX(디바이스경험)부문이 직접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영업 조직의 비용 구조를 전면 재설계하는 작업으로 보고 있다.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이번 가전 사업 개편은 △저수익 구조 탈피 △프리미엄 중심 재편 △미래 사업 확대라는 세 축으로 요약된다. 과거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수익성 중심’과 ‘사업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사업이 더 이상 단순 제조업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삼성전자의 이번 전략은 제조·서비스·B2B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로의 전환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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