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파업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유호승 기자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23일 평택 캠퍼스에서 4만명에 육박하는 인파를 결집하며 사측을 향해 전례 없는 수준의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노조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사측이 지불해야 할 성과급 규모는 무려 4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천문학적인 요구가 반도체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한다.
'슈퍼사이클'이 만든 실적…'시장 행운'에 숟가락 얹는 노조
이번 역대급 실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노조의 주장과는 거리가 먼 사실이 드러난다. 올해 1분기 57조원이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을 견인한 일등 공신은 근로자 개개인의 노동 강도라기보다는 AI 열풍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천운'에 가깝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비현실적인 폭등세를 기록했다. 1년 전 5.30달러 수준이던 DDR5 D램 가격은 38.5달러로 '598%' 치솟았고 낸드플래시 역시 같은 기간 '680%'라는 경이로운 상승 폭을 보이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이는 노동의 숙련도가 아닌 반도체 수요와 공급이라는 거시적 시장 사이클이 만들어낸 결과다. 시장이 가져다준 이익에 '노동의 몫'을 주장하며 40조원을 요구하는 것이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백조 반도체 이익, '수십년 쌓아올린 자본'의 결실
또한 반도체는 노동 집약적 산업이 아닌 전형적인 '기술·투자 집약' 산업이다.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 공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인간의 물리적 노동이 아니라 수백 조원의 설비와 정교한 알고리즘에서 나온다.
삼성전자가 최근 5년간 연구개발(R&D)에만 148조원을 쏟아붓고 업황이 악화된 시기에도 매년 40조~50조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한 결과가 비로소 실적으로 발현된 것이라는 분석을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현재의 이익은 과거의 자본 투입이 만든 레버리지 효과이지 단순히 1분기 동안 투입된 노동의 결과물로만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57조원의 이익은 수십년간 축적된 기술 자본이 특정 시점에 폭발한 것"이라며 "노조가 이 구조를 무시한 채 단기적 분배에만 집착하는 것은 산업의 본질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재투자 멈추면 공멸…'미래 실탄' 빼앗는 노조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반도체 산업이 반드시 재투자 구조를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특수성에 있다. 반도체는 발생한 이익의 30% 이상을 즉각 설비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한 세대 만에 경쟁력을 상실하는 '고순환 투자 산업'이다. 1인당 시설 투자 규모가 6억6000만원으로 자동차 산업의 6배에 달할 만큼 반도체 기업에 이익은 단순한 '잔칫상'이 아니라 내일의 생존을 위한 '실탄'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110조원의 역대급 투자를 예고한 상황에서 노조가 4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떼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미래 성장판을 닫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전쟁 수준으로 격화되는 엄중한 시기에 법적 근거조차 희박한 성과급을 빌미로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겠다는 노조의 행보는 결국 국가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노조가 4만명의 세 과시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자신들이 누리는 보상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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