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 노조가 다음 달 18일간 파업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요즘 한창 수익을 올려야 할 시점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사측이 메모리사업부 기준 1인당 평균 5억여원의 성과급을 제안해도 노조는 꿈쩍도 안 한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선(연봉의 50%)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는 누가 봐도 좀 과하다. 과연 이들의 요구가 우리 사회의 시선과 국민정서에 부합한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들이 노조 집회 장소 인근에서 반대 맞불 집회를 가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지금 우리 사회는 상대적 박탈감에 젖어 있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에게 성과급 5억여원은 꿈의 숫자요, 로또 같은 존재일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실적(300조원)으로 추정하면 45조원인데 지난해 400만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 11조원의 4배를 웃돈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몰고 올 파장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생산중단으로 인한 수십조원의 피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신뢰 상실, 공급망 및 생태계 훼손 등 상상 그 이상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이로 인한 손실이 하루 최대 1조 원에 달하고 파업 장기화 시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최대 10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송 교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더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특성상 한번 떠난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 부분을 더 우려하는 이유다.
삼성전자 총파업에는 대략 3~4만 명의 노조원이 투입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체 인력으로 생산 차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제품 구매나 투자 등 기업 간 거래에서 공급 안정성을 가장 엄격하게 따진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삼성전자는 이번에 시장에서 영원히 배제될지도 모른다. 공급 안정성 때문이다. 실제 대만 언론은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도했다.
오늘날 삼성전자가 근로자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기업인가.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주주들의 관심, 전력·용수 등의 인프라와 세제·입법 지원 등 국가적 지원과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다. 물론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은 필요하겠지만 기업의 경쟁력까지 스스로 무너뜨리며 억지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 사회적 책임도 살펴야 한다. 오로지 내 배만 불리자는 인식은 불공정 논란만 야기할 뿐이다.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중대한 시기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사활을 건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판에 우리만 노사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해서 되겠는가. 기업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은 물론 삼성전자 직원들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합리적인 대화와 소통으로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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