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유전적으로 탈모 위험이 큰 남성이 위고비·오젬픽 같은 비만치료제를 쓰면 탈모 확률이 7%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치료제 맞으면 남성형 탈모 위험 7%↑
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피부과학연구저널(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 린 페투코바 교수 연구팀은 위고비, 오젬픽 등 비만치료제 복용 후 생기는 탈모가 유전적 요인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위고비, 오젬픽 등 비만치료제의 주원료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 유사체다. GLP-1은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GLP-1 유사체도 체내에서 GLP-1과 동일하게 작용한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에게 비만치료제를 직접 투여하는 대신, 유전적으로 비만치료제를 사용한 것과 똑같은 상태인 사람들을 찾아 비교했다.
GLP-1과 유사체는 장기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으로, 각 장기의 ‘수용체’와 결합해야 작용한다. 수용체는 호르몬과 1대1로 대응해, GLP-1은 GLP-1 수용체에만 결합한다.
연구팀은 GLP-1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인 ‘GLP1R’이 태생적으로 더 활발하게 작동하는 사람들을 골라냈다. 이들은 몸속에 GLP-1 수용체가 일반인보다 많아, 같은 양의 GLP-1이 분비돼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포만감을 쉽게 느낀다. 말하자면 태어날 때부터 위고비를 맞고 있는 셈이다.
“탈모 위험까지 따져야”…처방 전 검사 가능성
연구팀은 3만 1684명 규모의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eQTLGen)와 20만 5327명 규모의 데이터베이스(Complex Traits Genetics) 등 대규모 공개 자료를 활용했다. 이 가운데 안드로겐성 탈모가 나타난 남성들의 데이터를 추출했다. 안드로겐성 탈모는 유전성 탈모의 일종으로, 두피 앞부분과 윗부분에서 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GLP1R 유전자가 활발하게 작동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안드로겐성 탈모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유전자가 활발한 쪽에서 탈모가 나타날 확률이 7% 더 높게 집계됐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GLP-1 유사체 약물을 복용할 경우 안드로겐성 탈모 발병 확률이 함께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GLP-1 유사체 약물이 모낭 성장을 약화시키는 생물학적 원리를 밝히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페투코바 교수는 “향후 실험을 통해 이번 결과가 입증된다면 일부 남성, 나아가 여성도 GLP-1 약물을 처방받기 전에 탈모 위험을 검사하고 그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GLP-1 약물 사용자에게 미녹시딜이나 다른 약물과 같은 탈모 예방 치료제를 병용 처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만약과 탈모 사이의 상관관계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위고비·오젬픽 등 GLP-1 계열 치료제를 쓰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다른 당뇨병 치료제(SGLT-2·DPP-4 억제제) 사용자보다 탈모 위험이 각각 37%, 68% 높았다. 다만 실제 탈모 진단율은 연간 1000명당 3~9명 수준으로 낮았고, 연구팀은 급격한 체중 감소로 모발이 휴지기에 들어가는 ‘휴지기 탈모’를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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