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중심 노조 전면전…성과급 기준·상한선 폐지 두고 협상 결렬
상한 풀리면 인건비·투자·조직까지 흔들…삼성 보상체계 ‘분기점’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 57조라는 사상 초유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755% 급증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42.8%에 달한다. 1분기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매출 역시 133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증권가 예상도 크게 웃돌았다. 당초 컨센서스는 38조원 수준이었는데 실제로는 20조원 가까이 더 벌어들였다. 시장에서는 연간 영업이익이 200조를 넘어 300조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사상 초유의 실적에 행복해야 할 지점에서 삼성전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노조의 욕심과 요구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3월 말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는 5월 총파업을 예고했고, 4월에도 추가 집회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말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라인을 포함해 현장에서도 바로 여파가 올 것”이라며 “반도체 특성상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상한선 폐지와 재원 구조다.
현재 삼성전자의 성과급(OPI)은 사업부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의 20% 범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구조다. 사내에서 지속적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노조의 압박이 커지자 사측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가 되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대비 동등 수준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특별 포상’을 제안한 상태다. 향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경영성과 달성 시 특별 포상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노조는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고 추가로 상한선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에서 SK하이닉스보다 더 주겠다고 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상한선 폐지라는 안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상한선을 없앤다는 것은 지금처럼 ‘연봉의 최대 50%’로 묶여 있는 지급 한도를 풀어, 사업부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경우 성과급이 연봉 수준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쉽게 말해 이익이 많이 날수록 개인이 가져가는 몫도 제한 없이 커지는 구조로 바꾸자는 요구다.
이번에 1분기에만 57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삼성전자 노조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한선 폐지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공산이 커 보인다.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겉으로 보면 단순히 경쟁사 수준에 맞춰달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 분위기는 훨씬 복잡하다.
DS부문을 중심으로 성과급 기준을 공개하라는 요구는 수년째 이어져 왔다. 그동안 회사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불만이 쌓였고, 이번 교섭 결렬로 한 번에 터져 나온 모습이다. 여기에 HBM 대응이 늦었다는 내부 비판까지 겹치며 분위기가 악화됐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전자 직원들의 상실감이 매우 커졌고, 이는 노조 가입률 증대로 이어졌다. 3월 31일 기준 초기업노조 기준 DS부문 가입 비율은 전체 직원 7만7000여명 중 5만5000여명으로 72%를 넘어섰다.
현재 노조 움직임의 중심도 DS부문이다. 삼성전자 내 3개 노조가 공동투쟁본부 형태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초기업노조는 이미 과반을 넘겼다. 전체 직원 약 12만명 중 7만명 이상이 가입했고, 이 중 상당수가 DS 인력이다. 사실상 반도체 조직이 노조의 중심축이 된 셈이다.
이 상황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상한선 폐지’는 단순한 임금 협상 수준을 넘어선다. 제도가 바뀌는 순간 회사 전체의 보상 체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급 상한 풀리면 벌어지는 일...예상보다 훨씬 큰 파장 온다
상한선이 풀리는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비용 통제다. 지금까지는 성과급이 일정 범위 안에서 관리됐다. 하지만 상한이 없어지면 이익이 커질수록 인건비도 함께 불어난다. 호황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업황이 꺾이면 이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특히 반도체처럼 실적 변동 폭이 큰 산업에서는 이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다. 호황기 기준으로 올라간 보상 기대치가 고정되면, 불황기에 이익이 줄어도 인건비를 쉽게 낮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실적이 꺾이는 시점에는 비용 부담이 한꺼번에 기업을 압박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조직 간 갈등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실적 편차가 크다. 반도체와 모바일, 가전의 수익성이 크게 다르다. 상한이 사라지면 특정 사업부에 보상이 쏠릴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내부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사기를 높여주려는 성과급 개편이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단 얘기다.
투자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성과급 재원이 영업이익과 직접 연동되면 기업은 선택을 해야 한다. 미래 투자를 늘릴지, 보상으로 나눌지다. 특히 반도체처럼 수십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이 선택이 곧 경쟁력과 직결된다.
한 번 보상으로 나간 이익은 다시 투자로 돌리기 어렵다. 반도체는 설비 투자 타이밍이 중요한 산업인데, 투자 시기를 놓치면 기술 격차가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다. 단기 성과에 맞춰 보상이 확대될 경우 중장기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변화는 삼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의 기준이다. 이곳에서 성과급 상한선이 사라지면 다른 대기업 노조들도 같은 요구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드는 신호가 된다.
결국 이번 협상은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그리고 노조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는 싸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총파업까지 가지 않도록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경쟁사 수준 이상의 특별 포상도 제안하며 절충점을 찾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올라간 기대치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요구가 커지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삼성전자는 전혀 다른 유형의 리스크와 마주할 수 있다.
‘성과급 상한선 폐지’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다. 삼성의 보상 룰을 바꾸는 문제다. 그리고 그 룰이 바뀌는 순간 한국 제조업의 기준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