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사이버 레커의 구속을 바라보며(2)

지난 편에서 우리는 김세의씨의 탐욕과 타락을 살펴봤다. 그리고 그의 탐욕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허술한 현행 제도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송 제도는 피해자에게 피해 입증의 책임을 묻고 있다. 피해자로서는 피폐해진 정신을 추스르기도 모자란 판국에 법정 다툼까지 준비해야 하는 구조다.

사이버 레커의 구속을 바라보며(2)

조환 프로그래머

지난 편에서 우리는 김세의씨의 탐욕과 타락을 살펴봤다. 그리고 그의 탐욕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허술한 현행 제도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송 제도는 피해자에게 피해 입증의 책임을 묻고 있다. 피해자로서는 피폐해진 정신을 추스르기도 모자란 판국에 법정 다툼까지 준비해야 하는 구조다.

김세의씨는 고의를 교묘히 빠져나가는 화법을 즐겨 썼다. 그 탓에 피해 입증에는 오랜 증거 수집 과정이 필요했다. 처벌도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가로세로연구소의 최대 연매출은 50억원이었지만 벌금은 수백만원 수준이었다. 법이 억지력을 잃은 자리에서 혐오 장사는 번성했다.

기성 언론도 공범이었다. 소위 '주요' 언론들은 가세연발 의혹을 검증 없이 받아쓰며 집단으로 보도했다. 성리학적 린치가 이어지며 끔찍한 결과가 이어졌다. 타인의 불행은 꿀맛이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언론들은 자극에 목마른 대중들에게 꿀단지를 선사했고 조회수를 '빨아먹었다'. 수많은 비극이 이어졌다.

그러나 가로세로연구소의 폭로가 허위로 밝혀진 뒤 자신들의 오보를 사과한 언론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은 관계없다는 듯, 김세의씨의 불행을 앞다투어 보도하며 조회수를 빨아먹고 있다.

방통위의 행보도 문제였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의 회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을 규제 범위 밖의 기업들이란 이유만으로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들은 자타 공인 뛰어난 AI 기술 보유자들이다. 이들 플랫폼에게 자신들의 자랑인 AI를 이용해 혐오 콘텐츠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아달라는 권고 내지는 명령을 한 번이라도 발송했는지 의문이다.

가로세로연구소의 공격에 참다 못한 사업가 은현장씨는 채널 운영권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반격했다. 자본주의의 논리로 혐오 장사에 맞선 것이다. 통쾌한 반격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은현장씨에게 이전투구의 판에 기꺼이 뛰어들 수 있는 용기와, 막대한 재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범한 개인이 표적이 된다면 어떻게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피해자가 스스로 싸워야 했고 싸움에 지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만 보장된다"는 말을 남겼다. 책임 없는 자유는 또다른 폭력이다. 즉, 우리 사회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교묘히 가해지는 폭력에 침묵해 온 셈이다.

다소 늦었지만 그 침묵을 깨는 변화가 시작됐다. 올해 7월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일정 영향력을 가진 크리에이터에게 사회적 책임을 지운다. 이들이 고의로 허위 정보를 유포해 피해를 입히면 손해액의 최대 5배, 이후에도 반복 유포시에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대형 플랫폼은 자율규제 정책 수립을 의무화해야 한다. AI 기반 조작 자료를 유통한 플랫폼의 법적 연대 책임도 도마에 오른다. 콘텐츠로 수익을 올렸다면 그 콘텐츠가 낳은 피해에도 책임을 지운다는 취지다. 이에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 4개 단체는 "표현의 자유가 훼손된다"며 반발 성명을 냈다. 경청할 만한 우려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그 가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에 '불명예의 전당'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허위정보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사과와 피해 구제 과정을 게시하게 하고, 그 내용을 영구 박제해 그 과오를 영원히 잊혀지지 않게 강제하는 제도다. 혐오 표현 자체를 규제하기 보다는, 이를 수습하려는 노력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자유와 책임을 모두 지킬 수 있다.

허위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일일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현행 구조도 손봐야 한다. 언론사들에게도 저널리즘의 무게를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자신의 저명성을 방패 삼아 펜촉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들에게도 불명예의 전당 운영을 강제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소송 없이도 언론사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행정적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카더라, 아님 말고'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조환 프로그래머

울산신문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