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내 계약 해지 악용, 비정규직 양산
노동시장 개편에 노사정 뜻 모으길
정부가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편에 나섰다. 2007년 시행된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법이다. 그러나 정규직 채용 독려를 위해 만든 이 법이 오히려 근무기간 2년이 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는 편법의 토대가 됐다. 법 취지와 반대로 정규직 채용이 줄고 계악직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2024년 말 기준 8.6%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민주노총 간담회에서 ‘2년 이상 고용 금지법’이 돼버렸다고 비판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꺼냈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간담회에서 양경수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6월까지 기간제 실태 조사를 진행한 뒤 전문가 토의 및 사회적 대화를 거쳐 제도를 고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노동·경제 전문가로 꾸려진 전문가 포럼에서 비정규직 고용기간 개편안을 포함해 기간제 제도 개혁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상반기에 실태 조사 및 전문가 포럼 등을 통해 기초 자료를 쌓은 후 이를 토대로 필요하면 사회적 대화 등으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달 중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기간제법 폐지와 기간제 사용 제한 등을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기간제법 폐지 없이는 청년 고용과 노동시장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간제 근무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 또는 4년으로 연장해도 비정규직 양산과 정규직 채용 기피는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고용에 따른 비용을 높여 기간제 근로 자체를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동일한 근무시간을 지켜도 처우는 현격하게 떨어지는 기간제 고용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단순 근로 등에만 적용하자는 취지다.
기간제법 문제는 우리 모두가 아는 불편한 진실이다.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세대가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희망 없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노동계의 주장처럼 기간제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고용 유연성이 경직된 노동 시장에서 기간제법을 폐지하고 정규직만 고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정규직 노조도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노동계에 친화적인 이 대통령마저 “기존 정규직의 자녀들, 다음 세대는 정규직의 자격을 누릴 수 없다”며 정규직의 기득권 수호로 야기될 비정규직 양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AI 발달로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신규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와 기업의 과제다. 속시원한 해법이 보이지 않지만 정부 기업 노동계가 불합리한 노동시장 구조를 해소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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