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조차 헛도는 ‘규제 딜레마’
정권마다 의지 보여도 성과 못 거둬
비효율·불합리 걷어내고 체감 높여야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정부가 28년 만에 규제개혁 추진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고 ‘선제적’ ‘성과 중심’에 초점을 맞췄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첫 규제합리화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통상국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국제 경쟁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규제를 정리하는 것에 더해 규제 시스템을 국제 표준에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첨단산업 등에서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전부 허용하되 금지사항만 법이나 규정에 명시)으로 바꾼다. 성장 잠재력 하락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규제개혁은 반드시 해내야 할 숙제다.
물론 모든 규제가 나쁜 건 아니다. 국민 생명과 안전, 환경 등과 관련해 필요한 규제도 있다. 문제는 현장의 필요보다 당국의 필요가 반영된 규제다. 이 대통령도 “여전히 지금의 규제는 현장의 필요보다는 규제 당국의 필요에 의한 측면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우리 규제 체계는 새로운 산업, 신생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 관련 규제는 총량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수렴하는 대신 중복·비효율을 내포하는 ‘계단식 규제’라는 단점을 보인다. 중소기업 꼬리표를 떼는 순간 규제는 57개에서 183개로 늘고, 대기업에 오르면 최대 343개까지 폭증한다.
산업구조 변화와 시대적 흐름에 맞춰 탄력 운용하고 충돌하는 규정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반도체, 인공지능 투자를 위해 ‘벽’을 없애 달라는 산업계 요청을 반영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첨단전략산업 금산분리 규제 완화)이 4개월째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건 단적인 사례다. 이 대통령의 국정과제로 지난해 말에 정부부처 간 협의까지 마친 사안인데도 여당의 법안 발의 시점은 불투명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근로자의 안전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따라 하청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하는 근거로 작동한다. 이래서 하청기업의 안전관리에 개입하기를 꺼린다고 한다.
결국 성패는 실행력에 달렸다. 그동안 규제개혁은 강화와 완화라는 이분법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거나 ‘손톱 밑 가시’ 같은 불합리한 규제를 제거하겠다고 외쳤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는 어렵더라도 과감하게 동시에 신중하게 규제개혁을 할 때다. 필요와 불필요를 명확하게 가리고, 현장 체감을 끌어올려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정부가 규제 필요성을 입증할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규제가 국가 경쟁력을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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