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사설] 언어의 표현을 정치의 먹잇감으로 삼지 말라

아이돌 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무섭노’라는 한마디가 정치권까지 뒤흔들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인지,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표현인지에 대한 논쟁은 이제 언어학적 토론을 넘어 진영 간 공방으로 번졌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단어 하나가 아니라 그것이 사용된 맥락과 의도다.

[사설] 언어의 표현을 정치의 먹잇감으로 삼지 말라

아이돌 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무섭노’라는 한마디가 정치권까지 뒤흔들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인지,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표현인지에 대한 논쟁은 이제 언어학적 토론을 넘어 진영 간 공방으로 번졌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단어 하나가 아니라 그것이 사용된 맥락과 의도다. 표현의 의미를 맥락에서 떼어낸 채 정치적 낙인을 찍는 것은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키는 행위에 불과하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SNS의 확산은 세대마다 서로 다른 말투와 표현을 만들어 냈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축약어와 인터넷 밈은 기성세대에게 낯설고, 지역 방언 또한 시대에 따라 새로운 용법이 더해진다. 특정 표현의 유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그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화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사상을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불필요하게 확대됐다. 정치인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특정 표현을 둘러싼 논쟁에 앞다퉈 뛰어들어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은 문제 해결보다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행태로 비칠 수밖에 없다.

물론 혐오 표현이나 특정인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 문화에 대한 사회적 경계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은 사용된 상황과 문맥, 화자의 의도, 실제 의미를 종합적으로 살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 출신 화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방언까지 일률적으로 특정 집단의 언어로 규정한다면 지역민 전체가 불필요한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표현이 악의적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있다면 그 역시 맥락을 통해 비판받아야 한다.

언어의 표현을 정치화하는 순간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위축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 말조차 눈치를 보며 사용해야 하는 사회는 민주사회라 할 수 없다. 사투리는 지역 문화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소중한 언어 유산이다. 이를 정치적 프레임 속에 가두고 선악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사회와도 거리가 멀다.

이번 논란은 공론의 장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리하면 될 문제였다. 정치권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앞장서 논쟁을 키우고 국민을 다시 편 가르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