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사설] 성난 농심에 농지 처분 백지화, 현실 무시한 ‘정책사고’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 후 고령농의 휴경이나 관행적 임대차 농지 등 비투기성 농지는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농지은행에 위탁하고 처분을 유예하려던 방침(지난달 21일)에서 물러나 농지은행 위탁을 자율에 맡기고, 처분 대상에서도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사설] 성난 농심에 농지 처분 백지화, 현실 무시한 ‘정책사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정부는 특별조치법 제정을 통해 상속 농지와 고령농 보유 농지 등 다섯 유형을 농지 처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 후 고령농의 휴경이나 관행적 임대차 농지 등 비투기성 농지는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농지은행에 위탁하고 처분을 유예하려던 방침(지난달 21일)에서 물러나 농지은행 위탁을 자율에 맡기고, 처분 대상에서도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일 “농지 전수조사를 근거로 투기가 아닌 일반 사안은 처분하지 않는 방향으로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농지 조사 후속조치와 제도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조사 착수 5개월 만에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된 것은 농촌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 초래한 ‘정책 사고’라 할 만하다.

정부가 발표한 처분 제외 대상에는 상속 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미등기 상속이나 사찰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를 포함해 다섯 가지 유형이다. 이들 농지는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을 면제하고, 농지은행 위탁도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무단 방치, 경매 지분 쪼개기, 농업법인 기획부동산 등 세 경우는 투기 행위로 보고, 처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농지 전수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2월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농지 관리가 엉망이다. 투기 대상이 됐다”며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강조하면서 출발했다. 그러나 수십년간 형성된 고령농의 임대차, 농가 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무시했고, 투기 대상이 될 만한 농지가 많지 않음에도 ‘투기 근절’ ‘강제 처분’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처음부터 제기됐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처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SNS 글로 “농지투기 방지를 위해 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며 원칙론을 폈지만 농민 반발이 커지자 지난 5일 “정상적으로 보유한 분들은 불이익이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이 “어떤 저항에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졌으나 여론 악화로 인해 결국 ‘처분 백지화’로 귀결된 것이다.

투기 적발과 처벌만으로는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필수 농지를 국가가 확보해 장기 임대하는 방안 등 현실적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이번 ‘농지 조사’를 현실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 추진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를 일깨우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