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사설] 반도체 수출 찬가에도 적막한 서민경제

올해 대한민국 경제가 수출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이달 초까지의 올해 수출액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인 지난해 수출 총액 7천93억 달러를 넘어섰을 정도로 수출 호조세가 가파르다. 경이로운 수출 증가의 배경에 반도체가 있다.

[사설] 반도체 수출 찬가에도 적막한 서민경제

지난 7월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항공기에 탑재하고 있다. 2026.7.31 /연합뉴스

올해 대한민국 경제가 수출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이달 초까지의 올해 수출액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인 지난해 수출 총액 7천93억 달러를 넘어섰을 정도로 수출 호조세가 가파르다. 경이로운 수출 증가의 배경에 반도체가 있다. 8월까지의 반도체 수출액 2천812억 달러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2.7배에 이르고, 매달 수출 기록을 갱신하는 중이다.

좋은 소식이다. 반도체 호황이 견인하는 국가경제 개선 효과는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최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3.3%로 상향 조정했을 정도다. 정부도 고무된 듯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2분기 경상GDP는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해 4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 달러 달성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및 관련 산업계의 초호황과 거시경제 회복세와 뚜렷해질수록, 국민 다수는 체감 경기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초를 치자는 것이 아니다. 성장의 그늘 곳곳에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9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대표들은 중국과의 가격경쟁, 원가부담, 내수부진 등으로 한계에 몰린 중소제조업계의 현실을 토로했다.

1인당 소득 4만 달러 시대가 목전이라지만, 뛰는 물가에 가계소득을 잠식당하는 서민에게는 남의 일 같을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자 가계,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민생영역인 내수시장은 활력을 잃고 있다. 서민들은 정부의 재정확장 의지와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의지의 충돌로 물가와 금리가 동반상승하는 상황이 올까 봐 전전긍긍한다.

최근 들어 반도체 초호황이 K자형 양극화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만 풀리는 N% 성과급만 매년 수십조 원 규모다. 수출경기에 올라탄 산업에 포함된 소수와 소외된 다수 사이의 양극화다. 특정 산업이 성장을 구가하면 할수록 열외된 산업과 국민 다수의 민생이 위협받을 수 있다.

정부가 반도체 특수로 형성된 특별한 거시경제 환경을 기준으로 국민 경제를 바라보면 안 된다는 얘기다. 반도체 특수를 유지할 대책만큼이나, 특수를 국민경제 전반에 확장시킬 정책 발굴에 골몰해야 한다. 물가와 금리 관리가 최우선 과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