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와 스페이스X 로고. /연합뉴스
오는 6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에게 1주당 10표의 복수의결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스페이스X 지분의 42%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의 경영권은 지금도 안정적이다. 그런데도 10배 의결권을 준 것은 우주 발사체 사업 등을 위한 대규모 증자로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경영권은 확실히 보장해주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기업이 정관을 개정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창업자가 기업 사냥꾼의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협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에서 경영하도록 안전장치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구글과 메타, 에어비앤비 등 IT 기업뿐 아니라 버크셔해서웨이와 포드처럼 역사가 오랜 기업도 복수의결권을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주주 평등을 중시하던 EU(유럽연합)와 영국도 자국 혁신 기업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2024년부터 복수의결권을 허용했다.
반면 한국은 2023년 복수의결권을 도입했지만, 적용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다. 비상장 벤처기업만 할 수 있고, 존속 기간이 최대 10년으로 묶여 있다. 그나마 상장한 지 3년이 지나면 보통주처럼 1주 1표로 바뀌는 시한부 권리다. 창업자의 장기 비전을 보호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정치권은 “소액 주주 이익을 침해하고 대주주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상속이나 양도 시엔 복수의결권이 소멸하는 보완 장치 등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만 과도한 규제에 묶여 있을 수는 없다. 그동안 세 차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소액 주주 보호 장치는 대폭 강화됐지만,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여전히 부족하다. 먼저 기업이 안정적으로 과감한 혁신 투자를 할 수 있어야 소액 주주의 이익도 있는 것이다. 벤처뿐 아니라 기존 기업들도 AI(인공지능) 혁명에 대응해 장기 투자와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복수의결권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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