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살림살이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25년 공공부문 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지방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 수지가 83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조세수입과 사회부담금 증가로 총수입은 53조원(4.7%) 늘었는데, 총지출이 67조원(5.5%) 증가했다고 한다. 벌어들인 돈보다 쓰는 돈이 빠르게 늘어나다 보니 적자가 전년보다 14조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중앙정부 적자가 90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민생회복소비쿠폰 13조5000억원 등 민간 이전지출이 크게 늘었고, 건강보험 지출도 급증했다. 사회보장기금 흑자는 연금·건강보험 등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빠르게 늘어난 탓에 10조원 가까이 줄었다. 공공주택 건설과 임대주택 매입이 늘면서 비금융 공기업의 적자도 커졌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지원하고 건강보험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공공부문 적자가 6년째 이어지고, 의무지출과 이전지출 항목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우려스럽다. 두고두고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로 올해 적자 폭이 줄고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세금이 일시적으로 더 걷힌다고 해서 재정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출 구조조정을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줄이는 개혁안을 마련했다가 지지율 하락 우려에 후퇴했고, 내년 관련 예산은 2조6000억원 늘어났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총지출 820조원을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다.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복지와 지원은 이뤄져야겠지만 효과가 낮거나 중복되는 사업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국회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선심성 사업을 철저히 걸러내야 할 것이다. 세수 여력이 있을 때 부채를 상환해 재정 여력을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 또한 재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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