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시작 전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파랑검정이 든 현수막에 ‘300만의 자부심 인천광역시’가 쓰여 있다. 2026.9.8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FC서울이 인천시민과 인천 축구팬에게 공개 사과하기로 했다. 인천유나이티드와의 다음 홈경기에 사과 걸개를 내걸고, 다음 달 제주전에서 전광판과 장내 방송을 통해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지역 비하’ 사건에 8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지역명을 비틀어 시민 전체를 욕되게 한 행위가 단순한 응원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조치라 여겨진다. 하지만 300만 인천시민에게 가해진 혐오의 상처가 이 정도 조치로 지워진다고 생각한다면 사안을 너무 가볍게 보는 태도다.
이번 사건을 일부 서포터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연고지는 구단의 존재 기반이고, 구단은 연고지에서 팬과 함께 팀의 정체성을 만든다. 구단이 응원 문화의 최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한 개의 걸개가 응원석에 내걸리는 순간 그 내용과 형식은 서포터스의 차원을 넘어 해당 구단과 해당 연고지 프로스포츠의 품격에 관한 것이 된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응원은 자기 구단의 신뢰와 브랜드를 훼손시키는 부메랑이 되기 마련이다.
해외 스포츠, 특히 축구계는 차별과 비하를 절대로 ‘흥분한 팬의 일탈’로 보지 않는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인종차별과 학대 행위를 한 가해자에게 경기장 출입 금지와 법적 조치를 병행한다. 유럽축구연맹 역시 벌금과 무관중 경기, 심지어 대회 출전 제한까지 적용한다. 이에 비해 대구 지하철 참사를 희화화하고, 전남광주를 ‘다른 나라’처럼 조롱하는 등 비하·차별·혐오 행위가 반복돼 온 국내에서는 처벌이 가벼웠다. 그러다가 결국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고교야구 응원 사건처럼, 배우는 학생들의 운동경기에까지 만연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라이벌 간 과열 응원이라고 뭉개온 연맹과 구단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맹은 지역 비하를 인종·종교 차별에 준해 명확히 규정하고, 누적 위반 때 승점 감점·응원석 폐쇄·무관중 경기까지 이어지는 실효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구단은 건전한 응원 문화 정착을 위한 서포터스와의 협약을 제도화하고, 팬들도 상대를 짓밟아야만 우리 팀이 빛난다는 낡은 사고를 버려야 한다. FC서울의 사과가 존중의 응원 문화를 세우는 전환점이 되길 희망한다. ‘300만의 자부심 인천광역시’ 걸개로 당당히 대응한 인천 시민과 인천 팬이 희망의 상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