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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람이 아니라 제도가 정책을 지켜야 한다

바로 AI와 정책 대시보드다. 사업별 예산 집행, 성과지표, 민원 반응, 수혜계층 변화, 중단 시 비용,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AI로 분석하고 대시보드로 공개하면 정책은 더 이상 정치적 기분에 따라 흔들리기 어렵다. 결국...

사람이 아니라 제도가 정책을 지켜야 한다

명승환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정권이 바뀌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장면이 있다. 전임 정부나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정책이 이름을 바꾸거나 방향을 틀거나 아예 사라지는 일이다. 새 권력이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쉬운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행정 낭비이자 도시경쟁력의 손실이다.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우리의 정책이 아직도 사람에게 붙어 있고 제도에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이 특정 정치인의 브랜드가 되면 선거 결과와 함께 사라지지만 제도 속에 안착한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제는 좋은 정책을 더 많이 만들자는 수준을 넘어 좋은 정책이 쉽게 사라지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

이 점에서 인천은 오히려 좋은 교훈을 줄 수 있는 도시다. 대표적 사례가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다. IFEZ는 2003년 국내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시장과 정부가 여러 차례 바뀌었어도 IFEZ의 큰 방향 자체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이 정책이 단순한 선거공약이 아니라 국가전략과 법·제도, 개발계획, 투자 구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 제도화되면 정권교체가 있어도 속도는 조정될 수 있어도 존재 자체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인천의 또 다른 사례인 인천e음은 정책 지속성의 다른 측면을 생각하게 한다. 인천e음은 지역사랑상품권을 넘어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 내 소비 순환을 겨냥한 플랫폼 정책으로 여전히 인천시의 공식 정책 체계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정책일수록 존폐를 정치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예산 투입 대비 효과, 골목상권 회복 기여도, 이용자 체감도, 정책수정 필요성을 측정·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국가균형발전의 틀이 5극3특 중심의 초광역 전략으로 재편되는 시대는 지방정부 정책도 더 이상 4년 단위 이벤트 사업으로는 안 된다. 초광역 교통망, 바이오·반도체·물류 같은 미래산업, 디지털 전환, 인구 대응, 원도심 재생은 모두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사업이 아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중단과 재출발을 반복한다면 인천은 수도권 관문도시라는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기회를 놓치게 된다. 5극3특 시대의 핵심은 지역이 국가전략의 한 축으로 연속성 있는 투자와 정책 집행 능력을 갖추는 데 있다.

해외를 보면 이런 점은 더 분명해진다. 핀란드는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교육·복지·디지털 전환 정책의 큰 틀을 사회적 합의와 장기 전략 위에 올려놓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치가 바뀌어도 국가 운영의 기본 방향이 급변하지 않는 이유는 정책을 정당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 시스템의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10년 시작한 Open Data BCN을 도시의 디지털 전략과 결합해 발전시켜 왔고 수백 개 데이터셋을 공개하며 시민·기업·행정이 함께 활용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데이터 공개와 대시보드, 개방형 플랫폼은 정책을 특정 리더의 구호가 아니라 시민 모두가 검증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로 바꾼다. 정책을 이어갈 힘은 결국 정보의 투명성과 시민의 감시 가능성에서 나온다.

이제는 인천도 알고 있다. 첫째, 핵심 정책을 공약이 아니라 조례·법·중기계획·재정계획에 묶어야 한다. 둘째, 새 시장이 취임하더라도 전임 정책을 즉시 없애는 대신 의무 성과평가 후 조정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예산도 단년도 편성 중심이 아니라 다년도 계속비와 성과협약 구조로 바꿔야 한다. 넷째, 정책의 소유권을 단체장 1인에게서 주민, 의회, 대학, 기업, 전문가가 함께 관리하는 초당적 정책승계 거버넌스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도구가 있다. 바로 AI와 정책 대시보드다. 사업별 예산 집행, 성과지표, 민원 반응, 수혜계층 변화, 중단 시 비용,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AI로 분석하고 대시보드로 공개하면 정책은 더 이상 정치적 기분에 따라 흔들리기 어렵다.

결국 해법은 사람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정책의 개인화를 제도화로, 단년도 사업을 다년도 구조로, 정치적 폐지를 근거기반 재평가로, 단체장 소유를 지역 공동소유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거 유불리에서 벗어나 제도와 데이터, AI와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는 일이다.

정책은 선거의 전리품이 아니다. 정책은 시민의 시간으로 축적된 지역 자산이다. 인천이 먼저 그 원칙을 보여줄 때 5극3특 시대의 진짜 선도도시는 구호가 아니라 제도로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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