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쥔 한국, AI 패권 경쟁의 새 무게추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오른쪽)가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러브샷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 들어 글로벌 IT·반도체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한국을 찾거나 한국 기업 수장과 직접 마주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HBM·AI 반도체·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고리가 한국에 집중된 결과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 2위인 AMD의 리사 수 CEO가 오는 18일 방한한다. 2014년 취임 이후 12년 만의 첫 방한이다. 수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엔비디아와의 'AI 가속기 전쟁' 속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확보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만큼, 한국 반도체 공급망과의 연대 강화에 방점을 찍은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도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엔비디아에 이어 AI 칩 시장 점유율 2위를 노리는 AMD가 데이터센터 고객사 확보를 위해 메모리 파트너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 방문은 그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AI·반도체 인프라를 다루는 글로벌 매체 디아이아(Theia)는 "이번 방한의 핵심은 HBM과 반도체 협력"이라고 못 박았다. 이 매체는 "리사 수는 삼성전자와의 회동에서 AI 가속기용 HBM 공급과 일부 칩의 위탁생산 가능성을 포함한 광범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AMD의 차세대 AI 칩 로드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으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리사 수 CEO에 앞서 OpenAI의 샘 알트먼 CEO도 한국을 여러 차례 찾으며 AI 칩·데이터센터 협력을 모색했다. 지난해 10월 샘 알트먼 CEO는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AI 협력을 논의했으며 2024년 1월에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 시찰 후 경계현 DS 부문 사장과 회동을 가졌다. 이후에는 곧바로 SK하이닉스를 찾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SK하이닉스 관계자들과 AI 칩 관련 협의를 논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APEC CEO 서밋을 계기로 방한한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강남의 치킨집에서 깜짝 회동을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접견에서는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GPU 26만 장을 한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네이버와 AI 인프라 구축 파트너십을 맺었다.
방한은 아니지만 올해 2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해 혹 탄 브로드컴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를 차례로 만났다. 만남에서 최 회장과 CEO들은 차세대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이 이들의 필수 방문지가 된 배경은 HBM 독점 구조다. AI 가속기의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HBM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대적 비중을 장악하고 있다. 과거엔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실리콘밸리 순방에 나섰다면, 지금은 빅테크 수장들이 서울행을 선택하는 장면이 늘어나는 이유다.
수요 전망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시장은 2026년 약 530억달러(약 73조원), 2027년 약 800억달러로 확장되며 2024년 이후 연평균 65%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HBM 비트 성장률(bit growth)은 전년 대비 77%로 범용 D램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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