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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전 동서남북] 이제는 한국형 고등교육 수출로 나갈 때

현지 대학과 함께 학과를 세우고, 교수와 학생의 역량을 키우며, 실험·실습 기반을 만들고, 나아가 스타트업... 기술사업화와 스타트업 보육까지 연결하는 입체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먼저 길을 열면 기업이...

[비전 동서남북] 이제는 한국형 고등교육 수출로 나갈 때

▲ 유홍성 인하대학교 국제산학기술협력센터 부센터장

지난 4월8일 페루 산마르코스 국립대학교에서 디지털 공급망·물류공학 학과의 첫 입학식이 열렸다. 남미에서 디지털 물류와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학과가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는 단순한 해외 학과 신설의 의미를 넘어선다. 한국 대학이 현지 수요에 맞는 교육체계를 함께 설계하고, 연구와 창업, 산업협력까지 연계하는 새로운 국제협력 모델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인하대학교가 한국연구재단의 국제협력선도대학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협력 프로젝트다. 교육과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창업과 산업 연계까지 포괄하는 점에서 기존의 단기 교류형 국제화와는 결이 다르다. 현지 대학과 함께 학과를 세우고, 교수와 학생의 역량을 키우며, 실험·실습 기반을 만들고, 나아가 스타트업 생태계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왜 페루인가'가 아니라 '왜 인천이어야 하는가'이다. 인천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국제 연결성을 가진 도시다. 인천항이 있고, 인천국제공항이 있으며,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있고, 남동국가산단을 비롯한 제조와 물류 산업 기반이 집적돼 있다. 항만과 공항, 산업단지와 글로벌 비즈니스 인프라,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이 함께 있는 도시다. 디지털 공급망과 스마트 물류, 첨단 제조, 국제통상, 창업교육을 연계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 바로 인천이다.

이 점에서 인천지역 대학교의 역할은 더욱 선명하다. 인천지역 대학교는 인천의 산업적 강점과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을 결합해 해외 협력 모델로 확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페루 산마르코스 국립대와의 협력은 한 대학의 국제사업이 아니라, 인천이 가진 항만도시의 경험과 산업도시의 실무 역량, 그리고 글로벌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는 사례다. 인천에서 축적된 물류, 공학, 디지털 전환, 창업지원의 경험이 중남미 현지 대학 교육과 산업 인재 양성에 접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제 우리 대학의 국제화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나 교환학생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지 대학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만들고, 지역 산업 수요에 맞는 학과를 설계하며, 공동연구와 현장형 캡스톤, 대학원 복수학위 과정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제화의 무게중심이 '한국으로 오는 교육'에서 '현지에 뿌리내리는 교육'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중남미는 한국형 고등교육 모델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 공간이다. 젊은 인구, 도시화, 물류 인프라 수요, 디지털 전환, 창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에는 단순한 원조보다 교육체계와 인재양성 시스템, 산업 연계형 연구모델이 더 절실하다. 한국 대학이 이 영역에서 역할을 넓힌다면 그것은 교육협력을 넘어 미래 산업협력의 기반을 선점하는 일이 된다.

앞으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학과 신설 지원을 넘어 공동연구소 설립, 교수 공동지도, 석사과정 복수학위, 학생 공동 프로젝트, 기술사업화와 스타트업 보육까지 연결하는 입체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먼저 길을 열면 기업이 뒤따르고, 산업협력이 커지며, 도시의 국제적 위상도 함께 높아진다. 인천은 그 가능성을 가장 먼저 실험하고 확장할 수 있는 도시다.

페루에서 시작된 변화는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더 큰 질문이 담겨 있다. 한국 고등교육은 세계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세계로 들어갈 것인가. 이제 답은 분명하다. 학과 신설을 넘어, 한국형 고등교육 수출로 나아갈 때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인천이 있어야 한다.

/유홍성 인하대학교 IBS 국제화센터 산학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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