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BBB급 이하 비우량 기업의 공모채 발행이 자취를 감췄다.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꺼린 영향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이랜드월드(BBB0)의 2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이후 이날까지 두 달간 BBB급 이하 회사채 발행은 한 건도 없었다. 올해 BBB급 이하 기업 가운데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은 10곳으로 최근 5년간 최저였다. 이들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610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330억원) 대비 68.4% 감소했다. 기관투자가의 BBB급 회사채 수요도 감소했다. 올해 발행사 10곳 중 5곳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랜드월드는 200억원 모집에 18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BBB급 기업들은 공모채 대신 사모채와 은행 대출 등 대체 조달 수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AJ네트웍스(BBB+)는 이달 10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했다. 일부 사모채에는 신용등급 하락 시 강제상환 조건이 부여됐다. 6월 발행한 2년 만기 사모채 금리는 연 4.8%인데 지난달 2년 만기 발행 금리는 연 5.4%로 0.6%포인트 상승했다. 공모채보다 높은 조달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자금 확보를 위해 사모채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종자본증권과 주식연계채권 등으로 자금조달 방식을 다변화하는 기업도 늘었다. 두산퓨얼셀(BBB0)은 지난 13일 영구 전환사채(CB) 3000억원, 영구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0억원어치 발행을 결정했다. CB는 투자자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고, BW는 정해진 가격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깨끗한나라도 7월 100억원 규모의 연 5.90% 금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당초 공모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지만,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금조달로 방향을 틀었다.
비우량채 시장 위축은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 계열사의 채무불이행 등 신용 사건 이후 심화했다. 기관투자가들이 BBB급 회사채 편입을 꺼리면서 기업의 차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초 BBB급 이하 신용등급 기업들이 공모채 발행을 재개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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