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탁영금’을 연출한 조영근 연출가. 유채현기자
김일손 역 김민하
탁영금 역 유동훈
낡은 문짝으로 버려질 뻔했던 오동나무가 한 사관의 손길을 거쳐 거문고 ‘탁영금’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된 뮤지컬 ‘탁영금’은 조선시대 무오사화의 비극을 거문고라는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관객을 역사와 판타지가 공존하는 매혹적인 무대로 초대한다. 특히 대구지역 예술인들이 주축이 된 극단 ‘폼’의 청년 창작진과 배우들이 역사 소재를 자신들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DIMF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뮤지컬 ‘탁영금’은 6월 20일부터 2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조선의 사관 김일손과 그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거문고 ‘탁영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연산군 시기 무오사화라는 역사적 사건을 ‘악기’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권력에 의해 침묵당한 기록과 사라진 진실을 거문고의 울림에 빗대 풀어낸다.
이번 작품은 조선시대 사관 김일손이 낡은 나무에서 거문고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완성됐다.
연출을 맡은 조영근 연출가는 “우연히 ‘탁영금’이라는 존재를 처음 접한 뒤 DIMF 인큐베이팅 사업과 리딩공연을 거치며 본격적인 무대 작품으로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악기가 아니라 더 깊은 의미를 품은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불태워질 뻔한 나무가 다시 생명을 얻고 역사의 한복판을 지나간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한 편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 않나요?”
그러나 ‘탁영금’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매료됐던 조 연출가에게도 실제 역사를 뮤지컬 무대로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초창기 대본은 역사적 고증에 집중한 탓에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사실 관계를 촘촘히 담아내는 데 집중하다 보니 감정적인 몰입도 부족했다.
그는 “뮤지컬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결국 재미있게 보고 감정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멘토들의 조언을 통해 역사의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극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말했다.
무대 구현에서 가장 큰 과제는 ‘악기의 의인화’였다. 제한된 제작 환경 속에서도 배우들의 움직임과 에너지, 음악의 힘을 통해 관객이 자연스럽게 상상의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다.
조 연출가는 “뮤지컬에서 노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며 “작품의 결을 잘 살린 음악 덕분에 관객들도 거문고가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과의 작업 과정에서는 사극 특유의 언어 장벽을 허무는 데 공을 들였다. 익숙하지 않은 고어(古語)와 문어체 표현은 과감히 덜어내고 보다 직관적인 대사와 가사를 사용해 관객들이 이야기를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시각적 장치와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역사극 특유의 거리감을 줄이는 데 노력했다.
그는 함께 작품을 만들어 온 창작진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조 연출가는 “각자의 세계관이 다른 창작진이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며 무대를 함께 만들고 있다”며 “연출가로서 나를 믿어주고 흔들릴 때마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아이디어와 레퍼런스를 보태준 덕분에 작품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작품이 ‘요즘 잘 나가는 작품의 초연을 봤다’고 기억되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며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난 뒤 ‘이런 악기와 인물이 있었구나’ 하며 한 번쯤 역사를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전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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