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2026 모두의 창업 캠퍼스투어 토크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사진=중소벤처기업부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가 47일 만에 전례 없는 '국민 오디션' 열풍에 휩싸였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월 6일 강원대에서 시작해 5월 13일 중앙대에서 마무리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전국 캠퍼스 대장정은 마감일을 하루 앞둔 14일 기준 누적 신청자 4만 5,151명이라는 정부 주관 창업 공모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지식재산처가 보유하던 2만 7,000건 기록을 가뿐히 넘어선 수치다. 중소기업신문이 캠퍼스 투어 종료 시점에 맞춰 정량적 성과와 중소·벤처 생태계에 미치는 파장을 종합 분석했다.
■ 47일 만에 4만 5천명…청년 65% 비수도권 72% '쌍끌이'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이재명 대통령이 1월 선언한 '국가창업시대' 전환의 첫 번째 핵심 프로젝트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 국민 개방형 오디션 방식으로, 일반·기술 트랙 4,000명과 로컬 트랙 1,000명 등 총 5,000명의 창업가를 발굴한다.
신청자 증가 속도는 가파르게 가속화됐다. 3월 26일 접수 개시 후 1만 명 돌파에 25일이 걸렸으나, 2만 명까지는 12일, 3만 명까지는 다시 1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5월 14일 기준 4만 5,151명을 기록해 마감 직전 5만 명 돌파 가능성도 점쳐졌다.
특히 30대 이하 청년층이 전체의 65~66.9%, 20대가 31.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비수도권 선발 70% 원칙에 따라 1차 신속 심사 합격자 130명 중 94명(72.3%)이 비수도권 거주자였다.
■ 한성숙 장관 8개 대학 직접 순회…"실패 두려워 말라" 토크콘서트
한 장관의 캠퍼스 투어는 단순 정책 홍보를 넘어 입체적 소통 채널로 운영됐다. 4월 6일 강원대 공식 개막을 시작으로 충남대(4월 13일), 경상국립대(4월 17일), 호서대(4월 22일), 고려대(4월 30일), 대구대(5월 6일), 전남대(5월 8일)를 거쳐 5월 13일 중앙대에서 마무리됐다.
중앙대 토크콘서트에서 한 장관은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중기부는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 전 과정에서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학생 창업가인 최민석 에이든 대표는 "주변의 안타까운 사고를 계기로 응급냉각키트를 개발하게 됐다"며 일상 속 문제의식이 창업 아이디어로 이어진 사례를 공유했다. 외국인 유학생 짠티타잉트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맞춤형 취업 플랫폼 아이디어를 제안해 한 장관으로부터 비자·언어 장벽 해소 검토 약속을 받아냈다.
선배 창업가 이재진 러쉬에잇 대표는 "중앙대의 창업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며 겪은 시행착오는 결국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 4단계 사다리 구조에 119개 보육기관·526명 멘토단 가동
프로젝트는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성장 단계별 사다리 구조를 갖췄다. 1단계 발굴(5,000명)에서 창업활동자금 200만 원과 기본 교육을 지원하고, 2단계 고도화에서 최대 3,000만 원 사업화 자금과 인공지능(AI) 솔루션, 3단계 루키(100명)에서 차년도 최대 1억 원 연계 지원이 이뤄진다. 최종 결선 우승자에게는 상금과 투자를 합쳐 5억~10억 원 규모가 투입된다.
선발되지 않은 신청자에게도 '도전 경력증명서'를 발행해 실패 경험을 자산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보육은 카이스트(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프라이머, 소풍커넥트 등 119개 기관이 맡고, 토스·뤼튼·리벨리온 등 유망 스타트업 창업자 526명으로 구성된 멘토단이 1대1 멘토링을 제공한다.
■ 기존 中企 창업지원 사업과 마찰음…예비창업패키지 경쟁률 4배 폭증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중소·벤처 생태계 내부의 우려도 존재한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1차 예산 628억 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예비창업패키지, 창업중심대학 등 기존에 검증된 중기부 사업의 예산이 활용되거나 삭감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기존 예비창업패키지 경쟁률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알려져, 기존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자원 배분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1단계 200만 원 활동비가 딥테크·하드웨어 등 자본집약적 창업에는 '푼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2차 프로젝트는 '7년 이내 창업기업'까지…데스밸리 中企 구제 신호
한 장관은 중앙대 간담회에서 "1차에서는 창업 3년 이내 기업까지만 지원했으나, 2차에서는 7년 이내 기업까지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지나는 중기 창업자들까지 포용하겠다는 정책 확장 신호로 해석된다.
정부는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2,000억 원을 투입해 2차 프로젝트를 신속 추진하고, 대전(KAIST)·대구(DGIST)·광주(GIST)·울산(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 소재 도시를 연내 창업도시로 우선 지정한다. 창업도시는 2027년까지 10곳으로 확대되며, 2030년까지 2조 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도 조성된다.
■ 관전평…양적 팽창보다 질적 보육이 관건
47일 만에 4만 5천 명이 몰린 흥행은 분명 우리 사회에 잠재된 창업 열망을 확인시킨 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가 진정한 '국가 창업 열풍'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 양적 팽창에 걸맞은 질적 보육의 정교화다. 200만 원 활동비가 단순 용돈 지급에 그치지 않도록, 선발된 5,000명이 실질적 시제품 제작과 시장 검증을 할 수 있는 밀착형 기술 지원이 보강돼야 한다.
둘째, 기존 중소·벤처기업 지원 사업과의 상생이다. 새 프로젝트를 위해 기존 건실한 사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예산 배분의 묘를 살려야 한다.
셋째, 캠퍼스 투어에서 보여준 현장 중심 행보의 제도화다. 외국인 유학생 비자 장벽, 실패에 대한 사회적 낙인 등 한 장관이 청취하고 해결을 약속한 현장 목소리가 실질적인 법령 개정과 규제 혁파로 이어져야 비로소 '모두의 창업'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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