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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6,000선을 넘어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ETF 수익률 26.4%를 직접 공개하며 "퇴임까지 코스피 5000 공약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공언했고(2025년 9월), 그 말대로 지수는 달렸다. 그러나 전광판 숫자와 개미 계좌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지수가 올라도 개미는 왜 돈을 잃는가. 누가 이 장에서 웃었고, 누가 피를 흘렸는가. 숫자가 답을 갖고 있다.
두 가지 기준으로 본 개미의 성적표
개인투자자의 손익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두 가지 기준을 구분해야 한다. 하나는
잔고 평가기준
이다. 특정 시점에 보유 중인 주식의 평가손익이 얼마냐를 본다. 주식을 팔지 않았어도 그날 시세로 계산한 미실현 손익이다.
다른 하나는
매도 실현기준
이다. 실제로 주식을 팔아서 손에 쥔 확정 손익이다. 두 기준은 같은 투자자를 같은 시기에 분석해도 전혀 다른 숫자를 내놓는다. 지수가 오르는 중에도 잔고 평가기준으로는 손실인 계좌가 절반을 넘을 수 있고, 매도 실현기준으로는 수익 비율이 높아 보여도 1인당 금액이 손실자보다 작을 수 있다. 두 기준을 함께 읽어야 실상이 드러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해 6월 4일부터 출범 5개월이 지난 2025년 10월 30일, 코스피는 장중 처음으로 4,1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썼다. NH투자증권이 그날 기준 국내 주식 잔고를 보유한 고객 240만1,502명 전수를 분석한 결과는 역설적이었다.
잔고 평가기준으로 손실 계좌는 131만2,296개, 전체의 54.6%였다. 수익 계좌 45.4%가 아니라
손실 계좌가 다수였다.
손실 투자자 1인당 평균 평가손실은 931만원, 총 손실액 합계는 12조2,154억원이었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바로 그날의 숫자다.
매도 실현기준
으로 보면 어떤가. 같은 해 1월부터 10월 30일까지 실제 주식을 팔아 손익을 확정한 171만8,000명 가운데 수익을 실현한 이는 122만7,000명(71.4%)이었고, 1인당 평균 수익은 483만원이었다.
반면 손실을 확정한 49만명(28.6%)의 1인당 평균 손실은 613만원이었다. 팔아서 번 사람이 잃은 사람보다 많아 보이지만, 1인당 금액에서는 번 액수(483만원)가 잃은 액수(613만원)보다 130만원 적다. 이긴 숫자가 더 많아도, 규모에서는 손실의 타격이 이익을 앞섰다.
▐ 이재명 취임 5개월 성적표 — 개인투자자 손익 (두 가지 기준, NH투자증권 분석)
구분
손실
수익
① 잔고 평가기준 (2025년 10월 30일 코스피 사상 최고치 당일)
해당 인원 / 비율 (240만명 중)
131만명 (54.6%)
109만명 (45.4%)
1인당 평균 평가손익
-931만원
—
총 평가손실액
12조 2,154억원
—
50대 손실 비율 / 평균액
60.1% / 1,257만원
—
60대 이상 평균 손실액
1,369만원
—
② 매도 실현기준 (2025년 1~10월 매도 확정자 171만8천명)
해당 인원 / 비율
49만명 (28.6%)
123만명 (71.4%)
1인당 평균 실현손익
-613만원
+483만원
출처: NH투자증권·연합뉴스 분석, 2025년 11월 10일 / ①과 ②는 분석 모집단과 기준이 다른 별도 통계임
연령대별로 보면 중장년층의 타격이 두드러졌다. 50대는 60.1%가 손실 상태였고 1인당 평균 손실은 1,257만원이었다. 60대 이상은 평균 1,369만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컸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중장년일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는 뜻이다.
수익자 성적표의 속사정 — 반도체 두 종목이 전부다
수익 투자자의 보유 종목을 보면 지수 착시의 구조가 선명히 드러난다.
잔고 기준 수익 계좌
에서 삼성전자 보유자의 수익금액 비중이 19.5%에 달했다. SK하이닉스 수익금액 비중도 9.0%였다.
매도 실현기준 수익 종목도
삼성전자(10.0%), 두산에너빌리티(7.3%), SK하이닉스(5.8%) 순이었다. 결국 이 장에서 돈을 번 이들의 대부분은 반도체 대형주에 일찍 올라탄 투자자에 집중되어 있었다. 코스피 전체 상장종목의 70% 이상은 지수 상승의 과실을 나눠 갖지 못했다.
반면 증권사는 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61개 증권·선물회사의 2025년 당기순이익 합계는 동학개미 운동이 뜨거웠던 2021년 기록마저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NH투자증권 혼자 1조3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개미가 거래를 많이 할수록 수수료와 신용공여
이익은 증권사로 흘러간다. 불장의 진짜 수혜자가 어디였는지를 이 숫자가 말한다.
역복리의 함정(덫) — 개미가 구조적으로 질 수밖에 없는 수학
노트북LM으로 역복리의 함정(덫)을 표현한 이미지
손실이 반복되는 데는 수학적 이유가 있다. 1,000만원이 10% 하락하면 900만원이 된다. 다시 10% 오르면 990만원이다. 원금을 회복하려면 11.1%가 상승해야 한다. 이것이 역복리의 효과다.
역복리(逆複利) 효과
— 손실이 날수록 원금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비대칭 구조를 정확히 가리킨다. 영어로는 'Volatility Drag' 또는 'Compounding Asymmetry'라 부른다
하락폭과 상승폭이 같아도 계좌는 서서히 줄어든다. 변동성이 클수록 기하 평균이 산술 평균보다 낮아지는 것이 수학의 진실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급등락 장세가 반복될수록 개미 계좌는 이 덫에 걸려 원금 복구 자체가 점점 어려워진다.
행동 패턴도 덫을 강화한다. 이미 오른 종목을 보고 뒤늦게 추격매수하고, 급락하면 물타기 실탄이 없다. 손실을 보면 팔지 못하고, 수익이 나면 성급히 매도한다. 손실 계좌가 잔고 기준 54.6%인데 매도 실현기준으로는 수익자 비율이 71.4%처럼 보이는 괴리가 여기서 발생한다. 이른 수익 실현으로 작은 이익을 확정하고, 손실 종목은 물고 있다가 반대매매에 강제청산 당하는 악순환이다. 이번 이란전쟁 구간에서 그 악순환이 정확히 재현됐다.
이란전쟁 충격에 반대매매 245% 폭증, 빚투 개미가 강제청산을 당했다
2026년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되자 코스피는 3일과 4일 각각 7.24%와 12.05% 급락했다. 이틀 만에 19%가 빠진 것이다. 신용융자로 주식을 산 이른바 빚투 개미들에게 담보비율 미달 통보가 쏟아졌다. 증권사가 고객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미수금을 회수하는 반대매매가 5일과 6일 양일간 245% 폭증했다(이투데이·금융투자협회).
그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보여준다. 전쟁 초기인 3월 5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3조6,94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담보가치가 하루에 12% 넘게 증발하는 상황에서 이 돈의 상당 부분이 강제청산 매물로 시장에 던져졌다. 외국인이 팔고, 반대매매가 쌓이고, 개인은 또 받아내는 악순환이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4~5일부터 신용융자 신규매수를 일시 중단했고, KB증권도 신용융자 한도를 절반으로 줄였다.
대형 증권사 2곳의 계좌 460만개를 분석한 결과, 3월 1일~9일 신용융자 이용 개인의 계좌별 평균 수익률은 -19.0%였다. 빚을 쓰지 않은 일반 계좌가 -6~7%대 손실을 기록하는 동안, 빚투 계좌는 3배 가까운 손실을 냈다. 20대 소액 빚투 투자자의 손실률은 일반 계좌의 3.2배에 달했다. 전쟁 직후 7거래일간 개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19조6,846억원이었다. 이 돈 중 얼마가 강제청산으로 사라졌는지는, 집계 중이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집계해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앞에서 제시한 NH투자증권 분석은 이재명 정부 출범 5개월 시점, 즉 2025년 10월 30일 기준이다. 이후 코스피는 6,000선을 넘었고 전광판의 숫자는 더 화려해졌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같은 방식으로 두 기준을 적용하면 개미의 성적표는 달라졌을까.
낙관론의 논거도 있다. 지수가 더 오른 만큼 추가 수익 구간이 늘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에 일찍 올라탄 투자자는 더 많이 벌었다. 그러나 구조적 현실은 반대로 작용한다.
이란전쟁 구간의 반대매매 폭증으로 빚투 계좌 상당수가 강제청산 당했다. 코스피 상승 기간 중 뒤늦게 유입된 개인 자금은 추격매수 타이밍이 불리했다. 지수가 오를수록 신규 진입자의 평균 매수단가는 높아지고, 조정 시 손실 구간에 걸리는 계좌 비중도 커진다. 코스피가 4,107포인트에서 6,000선으로 올라가는 과정에 새로 들어온 투자자들은, 10월 30일 기준 잔고 평가기준으로 손실을 기록 중인 이들과 유사한 처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수익의 양극화 구조 자체가 달라지지 않았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지수 주도, 70% 이상 종목의 소외, 증권사 사상 최대 이익이라는 틀이 바뀌지 않았다. 취임 5개월의 통계는 스냅샷이지만, 그 구조적 편향은 현 시점에도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돈을 풀어 올린 지수, 유동성 파티의 대가
이 장세의 출발점은 실물경제 개선이 아니라
유동성 팽창
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광의통화(M2)는 2024년 1월 3,924조원에서 2025년 8월 4,400조원으로 476조원이 불었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같은 시기에 겹치는 이른바 '쌍둥이 확장'이 작동했고, 금융권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 한국의 M2 증가율은 미국의 두 배인 8.5%에 달했다. 정부가 부동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한 결과 돈이 몰리며 지수가 올랐다. 그러나 코스피 5,000 돌파 시점에 전년 4분기 경제성장률은 -0.3%였다. 지수는 신기록이었지만 실물은 역성장이었다.
IMF는 2026년 4월 발간한 '재정모니터(Fiscal Monitor)'에서 한국과 벨기에를 직접 지목하며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IMF는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 56.6%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비기축통화 선진국 11개국 평균 55.0%를 내년부터 넘어선다는 뜻이다.
2026~2031년 5년간 한국의 부채 비율 상승 폭은 8.7%포인트로 비교 대상국 중 가장 크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2025년 명목 GDP는 연평균 5.3% 증가했지만, 국가채무(D1)는 같은 기간 846조원에서 1,304조원으로 연평균 9.0% 늘었다. 빚이 경제성장의 1.7배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기축통화가 없는 나라에서 이 속도는 용납하기 어렵다. 환율이 흔들리고 자본이 빠져나가면, 달러를 찍어낼 수 없는 나라는 속수무책이다.
물가·유가·환율의 삼중고, 전광판 뒤의 서민 현실
코스피 전광판이 신기록을 알리는 동안 생활 현장은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이란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원가 구조가 흔들렸다. 원/달러 환율은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1,362원에서 이란전쟁을 거치며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대기업의 원화 환산 실적은 부풀지만, 수입 물가가 올라 가계 실질 구매력은 쪼그라든다. 지수가 올랐어도 환율 하락분을 빼면 달러 기준 실질 자산이 늘었는지 먼저 계산해야 한다.
역복리
의 덫이 주식 계좌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원화 자산 전체가 같은 덫에 걸려 있다.
코스피 6천이 치적이 되려면 이것이 함께 와야 한다
코스피 지수가 정권의 치적이 되려면 세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실물 성장률이 함께 올라야 하고, 상장기업 대다수가 혜택을 나눠야 하며, 개미 계좌도 함께 웃어야 한다. 어느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 안팎에 머물렀고, 전체 상장종목의 70%는 지수 상승에서 소외됐으며, 개인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손실 상태였다. IMF는 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의 1.7배라고 경고한다. 증권사는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정부는 코스피 목표치를 공언하며 증시를 홍보 수단으로 쓰는 관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확장재정에 제동을 걸어 IMF가 경고한 부채 속도를 낮춰야 한다. 신용융자 강제청산이 하락을 증폭하는 구조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
개인 투자자라면 역복리의 함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신용융자를 정리하고, 달러 자산 비중을 점검하며, 지수 상승에 취해 추격매수하는 습관을 경계해야 한다. 환율이 1,400원 이상인 국면에서 원화 자산만 보유하면, 지수가 올라도 실질 자산은 줄어들 수 있다.
코스피 6,000은 화려한 숫자다. 그러나 그 숫자를 자랑하는 이들이 함께 설명해야 할 숫자가 있다. 이재명 취임 5개월, 사상 최고치를 쓰던 2025년 10월 30일 그날, 잔고 평가기준으로 개인 131만명이 평균 931만원을 잃고 있었다. 매도 실현기준으로 수익을 낸 이들도 1인당 483만원을 벌었을 뿐이다. 반대매매는 245% 폭증했다.
역복리의 덫에 걸린 개미는 지수가 오를수록 원금 회복의 문턱이 높아진다. IMF는 한국을 이름을 들어 경고했다. 지수 전광판은 권력이 자랑하지만, 손실 계좌와 강제청산 통보서는 국민이 받아 든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박대석칼럼니스트
참고자료
· NH투자증권·연합뉴스, 「개인투자자 240만 계좌 손익 분석」, 2025년 11월 10일
· 알파경제·한투데이, 「코스피 4200 돌파했는데 절반은 여전히 손실」, 2025년 11월 10일
· 금융감독원, 「2025년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 2026년 3월
· 이투데이·금융투자협회, 「반대매매 245% 폭증」, 2026년 3월 11일
· 파이낸셜뉴스, 「신용융자 개인 평균 수익률 -19%」, 2026년 3월 23일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광의통화(M2) 및 기준금리 통계, 2024~2025년
· IMF, 「Fiscal Monitor」 2026년 4월호
· 국가통계포털(KOSIS), 명목 GDP 및 국가채무 통계, 2020~2025년
· 한국경제TV, 「나라빚, 성장 속도보다 1.7배 빨라」, 2026년 4월 19일
· 공감신문, 「반대매매 공포가 짓누르는 코스피」, 2026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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