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8월 22일 오후 부산신항을 출항하고 있다. 팬스타그룹 제공
부산기업의 북극항로 진출 의향은 크게 높아졌지만 실제 대응에 나선 기업은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의 지리적 이점을 기업의 사업 기회로 연결하려면 운항자료를 축적하고 제도·금융·현지 협력망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부산연구원은 6일 발간한 ‘북극항로 플랫폼 도시, 해양수도 완성의 핵심 퍼즐’ 보고서에서 이 같은 진단과 함께 기업의 시장 진출을 지원할 3대 플랫폼·6대 과제를 제시했다.
올해 4월 북극항로 연관산업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진출 의향은 67.5%로 2016년의 25.6%보다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실제 대응 기업은 2곳에 그쳤다. 대응 계획이 있는 기업까지 포함해도 15%에 불과했다. 진출 의향과 대응·계획 사이의 격차는 52.5%포인트로 10년 전보다 커졌다.
북극항로는 부산~로테르담 운항거리를 수에즈 경유보다 약 7000㎞ 줄일 수 있는 경로를 일컫는다. 연구원은 다양한 정기노선과 환적 기능을 갖춘 부산항이 아시아 화물을 모아 북극항로로 연결하기에 유리하지만, 이를 산업 성장으로 이어갈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22일 부산신항을 출항한 팬스타 아크로호의 첫 시범운항에서도 상업화를 위한 과제가 드러났다. 수요조사에서 예상한 물량은 1300TEU였지만 실제 선적량은 939TEU였다. 이 가운데 202TEU는 빈 컨테이너였다. 돌아오는 항차의 화물 확보와 7~11월로 제한된 운항 가능기간도 과제로 꼽혔다. 보험료와 쇄빙 지원 등 추가 비용 때문에 거리 단축이 곧 운임 절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시범운항 실측자료를 기업의 사업 판단에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운항거리·소요기간·연료소모량·운항비용에 정시성과 보험·금융비용을 더해 운항백서와 기업지원 기준 등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특히 부산시와 선사의 업무협약에 이어 자료의 제공 범위와 귀속, 활용 권한을 구체화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지원체계로는 북극항로 거점도시 조례에 더해 극지활동 진흥 조례를 마련하고, 전담기구인 북극항로진흥원을 단계적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극권 협의체와의 협력도 확대해 시장·투자·입찰정보에 접근할 기반을 확보하도록 했다.
기존 해양·물류·조선 학과를 연계한 북극항로 특화 학부·대학원 과정과 2030년 취항 예정인 차세대 쇄빙연구선 모항 유치도 제안했다. 민간 ‘북극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들어 관련 기업에 사업정보를 제공하고 현지 파트너를 연결하는 방안도 담았다.
장하용 책임연구위원은 “북극항로 경제권의 참여 구도는 항로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정해진다”며 “부산이 지리적 이점을 대체불가 중추 도시로 전환하려면 제도와 데이터, 기업 네트워크를 한발 앞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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