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페 로틀린 SFP투자재단 이사
최근 보어아웃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조직 안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무기력과 권태가 생산성과 혁신을 갉아먹는 문제로 커지고 있어서다.
스위스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SFP투자재단(SFP Investment Foundation) 이사인 필리페 로틀린은 2007년 ‘보어아웃’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보어아웃은 자동화와 직무 설계 문제, 조직 내 무관심이 맞물리며 더욱 구조적이고 광범위한 현상으로 확산했다고 진단한다. 그에게 보어아웃이 최근 다시 화두가 된 배경과 기업이 마주할 리스크, 대응 전략을 물었다.
Q. 19년 전 처음 소개된 보어아웃이 왜 다시 화두인가.
A.
요즘은 많은 기업이 보어아웃을 일상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현상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더 널리 퍼졌고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 단순히 할 일이 없는 상태를 넘어, 의미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이 부족한 상황이 핵심이다. 자동화, 잘못된 직무 설계, 조직 내 무관심이 이런 현상을 키우고 있다.
Q. 번아웃보다 보어아웃이 더 위험하다고 보나.
A.
더 위험하다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해롭고, 그만큼 심각하다. 사람은 일을 하며 자신의 역량을 백분 활용하길 원한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상태는 결코 즐겁지 않다. 이런 점에서 보어아웃은 번아웃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만든다.
Q. 직원이 퇴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의미 부족’ 때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나.
A
. 보어아웃 상황에서는 오히려 직장을 떠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할 일이 없고 불행한 상태임에도 그대로 머무른다. 우리는 이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달콤한 독’이라고 표현한다. 일터에서 일할 수 없는 상태 자체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Q. 보어아웃은 개인 문제인가, 조직의 문제인가.
A.
둘 다 해당한다. 개인은 처음에는 자각하지 못한 채 서서히 보어아웃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익숙해질수록 상황을 바꾸기 어려워진다. 조직은 이를 예방할 책임이 있다. 리더는 이런 상황을 조기에 감지해야 하고, 구성원이 추가 업무를 요청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몰입은 보상받아야 한다.
Q. AI의 확산으로 업무 자동화가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가 보어아웃을 더 심화시킬까.
A.
그럴 수 있다. AI와 자동화가 역할을 단순 모니터링 업무로 축소시키고 의미 있는 책임이나 자율성을 주지 않으면 보어아웃은 더 심해질 수 있다.
반대로 잘 활용하면 단순 업무를 줄이고 더 가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보어아웃을 줄일 수도 있다.
Q. 보어아웃을 막기 위해 기업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A.
먼저 직무를 재설계해야 한다. 의미 있는 업무, 명확한 책임, 역량을 활용할 기회를 포함해야 한다. 다음으로 업무량의 실제 수준을 점검해 과소 업무 상태를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리자가 구성원의 몰입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명확한 기대치를 제시하고 피드백을 주며 업무를 적절히 재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5호(2026.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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