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로 전압 조절·직류 변환 한번에
전력 효율·공간 활용도 높일 핵심 기술
효성중공업이 개발한 22.9kV SST. 사진=효성중공업 제공
매일일보 =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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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력기기 업계가 초고압변압기 호황에 이어 반도체변압기(SST)를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효율을 높이는 배전·전력변환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 등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SST는 전력반도체를 활용해 전압을 조절하는 변압 기능과 교류(AC)를 직류(DC)로 바꾸는 정류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차세대 전력변환 장치다. 초고압변압기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 송전하기 위해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송전용 설비라면, SST는 데이터센터나 전기차 충전소 등 최종 소비처에 맞춰 전압과 전력 형태를 바꿔주는 배전용 설비다.
전력기기 업계가 SST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구조 변화가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돼 송·배전망을 거쳐 들어오는 전기는 교류지만, 데이터센터의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직류 전기를 사용한다. 현재는 고압 교류 전기를 저압 직류 전기로 바꾸기 위해 변압기, 무정전전원장치(UPS), 정류기 등 여러 단계의 설비를 거쳐야 한다.
이 같은 구조는 전력 손실과 공간 부담을 키운다. 변환 단계를 거칠 때마다 효율이 떨어지고, 변전실과 전력 설비가 차지하는 면적도 커진다. 특히 AI 연산용 GPU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랙당 전력 밀도가 높아지고 있어, 한정된 공간에서 더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SST를 적용하면 이 같은 변환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하나의 장비가 전압 조절과 교류·직류 변환을 함께 수행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설비 면적을 줄이고, 중간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도 낮출 수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 입장에서는 전력 효율과 공간 활용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이 SST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18년부터 국책과제 2건을 통해 SST를 연구해 왔으며, 2022년 22.9킬로볼트(kV) 1.05메가볼트암페어(MVA)급 SST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중공업은 오는 7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전력·송배전 전시회 ‘IEEE PES T&D’에서 독자 개발한 SST 서브모듈을 선보였다. 향후에는 더 높은 전압에 대응하는 SST 개발을 이어가 상용화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SST를 초고압 전력기기와 스태콤,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해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LS일렉트릭도 충남 천안 사업장에 직류 기반 전력 인프라를 적용한 ‘DC 팩토리’를 구축하고 SST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DC 팩토리는 태양광 발전과 ESS, 전기차 충전, 생산 설비 등을 직류 전력망으로 연결한 시설이다. LS일렉트릭은 이곳에 DC/DC 컨버터와 교류·직류 변환이 가능한 SST를 설치해 직류 배전 환경에서의 전력 변환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수요처에서 늘어나는 DC 수요에 대비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튼, 히타치에너지 등 대형 전력기기 업체와 전력전자 스타트업들이 AI 데이터센터용 SST 개발에 나서고 있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SST는 고압 전기를 전력반도체로 제어해야 하는 장비인 만큼 기술 난도가 높고, 절연 성능과 전력반도체 신뢰성, 비용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장성은 크다. 이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송전 설비 중심에서 배전·전력변환 솔루션으로 넓어지고 있다”며 “SST는 전력전자, ESS, 전력제어 기술을 묶은 고부가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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