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올해도 베이징에서 막을 내렸다. 해마다 3월 열리는 양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아우르는 말이다. 형식상 두 회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이 한 해 국정 운영 방향과 향후 5년의 전략 기조를 대내외에 공식화하는 정치 무대에 가깝다. 올해 양회가 특히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가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의 첫해인 만큼, 이번 회의는 단순한 연례 일정이 아니라 중국의 중장기 노선을 드러내는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당시 인민대회당 장면. (사진-주제주중화인민공화국총영사관 제공)
양회를 이해하려면 두 기구의 성격부터 짚어야 한다. 전인대는 법률과 예산, 국가계획, 정부업무보고를 심의·의결하는 국가 최고권력기관이다. 반면 정협은 각계 인사들이 참여해 정책 방향에 의견을 보태는 정치협상기구다.
역할은 다르지만 두 회의가 함께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래서 매년 양회는 중국 경제의 목표치와 산업 육성 방향, 외교 기조, 민생 대응의 우선순위를 읽는 가장 중요한 창구로 꼽힌다.
△ 양회는 무엇을 정하는가
서구식 의회정치의 잣대로 보면 양회는 다소 낯설다. 정파 간 날 선 충돌이나 예측불허의 표 대결이 부각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이미 큰 방향이 정리된 국가 전략을 대내외에 설명하고, 이를 공식 문건과 계획으로 확정하는 절차에 가깝다.
올해도 전인대는 정부업무보고와 예산, 연간 발전계획을 심의했고, 새 5개년 계획의 밑그림까지 함께 제시했다. 결국 양회는 중국이 어디를 향해 움직이려 하는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정치의 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양회에서 먼저 눈길을 끈 것은 경제 목표치였다.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4.5~5%로 제시했다. 이전의 5% 안팎 성장 기조보다 다소 낮춘 수치다. 도시 조사실업률은 5.5% 안팎, 신규 도시 일자리는 1200만개 이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안팎으로 제시됐다.
개인소득 증가도 경제성장과 보조를 맞추겠다고 했다. 속도를 다소 낮추더라도 고용과 물가, 민생 안정, 구조조정을 함께 관리하겠다는 쪽에 무게를 둔 셈이다.
△ 올해 핵심은 AI·내수·산업 재편
이번 양회의 본질은 "더 빨리"가 아니라 "다르게 성장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정부업무보고는 올해를 15차 5개년 계획의 첫해로 규정하며 산업 고도화와 기술 자립, 저탄소 전환, 공급망 안정, 민생 보강을 향후 5년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과 첨단 제조업이 놓였다. 중국은 AI 응용 확대, 스마트 단말 보급,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 경쟁력 강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경제를 떠받칠 수는 없다. 그래서 함께 부각된 것이 내수와 소비다. 중국은 자동차와 가전 교체 수요를 자극하는 보조 정책, 소득 증대, 사회보장 확충, 민생 개선을 함께 내세웠다. 생산 능력은 유지되는데 소비 회복은 더디고, 부동산 침체는 가계 심리를 짓누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운용도 같은 흐름에서 읽힌다. 중국은 재정적자 비율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경기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다만 지방정부 부채 부담과 산업 과잉 문제를 감안하면, 이는 대대적 경기 부양이라기보다 구조조정의 부담을 완충하려는 관리형 정책에 더 가깝다.
△ 중국이 추구하는 미래는 무엇인가
양회는 경제만 비추지 않는다. 중국이 어떤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지도 함께 드러낸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은 다자주의와 개방,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기술 자립과 공급망 통제력 강화, 안보 역량 확충을 함께 내세웠다.
다만 중국이 설계하려는 질서는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 주도에 따라 짜이는 질서라기보다, 각국이 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발전하는 구조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점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를 던진다. 중국이 앞으로 5년 동안 AI와 첨단산업, 내수 회복, 공급망 안정, 대외 개방을 하나의 패키지로 밀어붙인다면 한중 관계 역시 소비재 교역을 넘어 기술, 산업, 물류, 관광, 서비스 재편의 틀 속에서 다시 읽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동시에 중국이 스스로를 세계 시장이자 글로벌 성장의 안정적 원천으로 규정하는 만큼, 주변국과의 협력 언어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 양회가 던진 가장 큰 신호는 분명하다. 중국은 더 이상 과거의 고속성장 신화만으로 아닌 AI와 첨단산업, 내수 회복, 재정 관리, 공급망 안정, 대외 개방을 묶어 새로운 성장 체제를 설계하고 있다. 회의는 끝났지만 관전 포인트는 이제부터다. 김영호 기자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 당시 회의장 장면. (사진-주제주중화인민공화국총영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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