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범양건영이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심의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4월 14일 개선기간이 종료된 직후 거래소가 4월 23일까지 이행내역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회사 측은 21일 이의신청과 함께 개선계획 심의 요청을 냈다. 이 절차가 받아들여지면 상장공시위원회 심의까지 최장 1.5개월가량 추가 시간을 확보하는 효과가 생긴다.
이에 대해 업계 일부에서는 '실질적인 개선은 어려워 보이며, 사실상 절차를 활용한 시간 끌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 서초구 방배로에 위치한 범양건영 서울지점 (사진=네이버 지도)
최근 범양건영은 2024사업연도 감사의견 거절로 이미 2026년 4월 14일까지 1년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2025사업연도에도 동일 사유가 반복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감사를 맡은 신한회계법인이 의견거절을 낸 핵심 사유는 현장 사업성 평가, 우발부채, 충당부채 관련 자료를 회사 측이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핵심 증빙을 회사가 스스로 거부한 결과로,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기 어려운 구조다.
재무 상황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 2025년 1~9월 범양건영의 연결 매출액은 656억6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68억5500만원, 당기순손실은 348억5800만원으로 확대됐다.
2025년 9월 말 기준 유동자산은 853억원에 그친 반면 유동부채는 1602억원에 달했다. 매출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손실이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점이 단순 경기 영향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한편 수원회생법원은 지난 1월 16일 범양건영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범양건영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0일 만이다. 재판부는 코로나19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동산 분양 시장 경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인한 채무인수 등으로 재정적 파탄 상황에 이르렀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회생·워크아웃 기업은 2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을 받더라도 즉시 상장폐지 원칙에서 예외로 인정된다. 범양건영이 이의신청을 낸 것도 이 조항을 근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범양건영은 1958년 8월 설립된 이후 관급공사를 중심으로 사세를 키워 1988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으며, 2011년 한 차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플라스코앤비 컨소시엄(PCM)에 인수되며 3년 만에 기업회생 절차를 졸업한 이력이 있다.
최근 건설 기업 중 2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을 받은 회사는 범양건영 외에 삼부토건이 있다. 삼부토건 역시 내일(23일)까지 심의 요청(이의신청)을 넣어야하지만, 제출 여부는 기사 작성 시점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회계 전문가는 "현장 자료를 감사인에게 제공하지 않아 의견거절이 난 것은 외부 악재가 아닌 회사의 선택"이라며 "충당부채나 우발부채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잠재 손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신호로 읽혀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의신청을 통한 시간 확보가 투자자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쓰여야지,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 활용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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