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25년 자금순환표’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추경을 집행하는 등 확장 재정을 펼친 영향으로 정부의 순자금조달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뉴스1
지난해 정부 지출이 수입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정부의 ‘살림살이’가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9일 한국은행의 ‘2025년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52조6000억원으로 전년 36조1000억원보다 16조5000억원 늘며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순자금조달’이란 정부가 쓴 돈에서 번 돈을 뺀 금액이다. 이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정부의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서 국채 발행 등 빚을 늘려 자금을 더 조달해야 했음을 뜻한다. 정부의 지난해 순자금조달액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막대한 부양금을 풀었던 2020년 48조7000억원보다도 4조원 가까이 많다.
/한국은행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운용 기조에 따라 지출이 수입보다 더 크게 증가하면서 순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을 위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며 확장 재정을 폈고, 올해도 이런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모자란 돈을 충당하기 위해 부채를 늘리면서 정부의 자금 조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채 발행액은 147조9000억원으로 전년 70조4000억원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코로나 때인 2020~2021년 연간 발행액인 115조원, 141조원보다도 큰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순자금조달을 기록한 후 2010~2019년 순자금운용(쓴 돈보다 많이 벌음)을 하다가, 2020년 코로나 시국에 순자금조달로 돌아선 후부터는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정부와 달리 가계와 기업은 벌이 대비 씀씀이를 줄여 여유 자금이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여유 자금 증가분)는 269조7000억원으로 전년 215조5000억원보다 증가했다. 김용현 팀장은 “지출 증가를 상회하는 소득 증가,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에 따른 여유 자금 증가로 순자금운용 규모가 전년에 비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소득이 전년 대비 3.5% 늘어난 사이 지출은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의 대표적인 투자처인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 것도 여유 자금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27만9000호로 전년 36만3000호보다 감소했다.
가계의 자금 운용액 중엔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이 13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전년 대비 증가액은 주식 투자금이 훨씬 컸다. 지난해 가계의 ‘지분증권(주식) 및 투자펀드’ 운용액은 106조2000억원으로 전년 42조2000억원의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한 정부의 주택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금은 44조8000억원 늘며 증가액이 전년 59조6000억원보다 줄었다. 하지만 개인의 주식 투자 증가로 신용대출, 주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이 증가해 가계의 전체 차입금(자금 조달액)은 72조7000억원으로 전년 33조3000억원보다 규모가 불어났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88.6%로 전년 89.6%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비금융 법인)은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순이익이 늘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가 둔화하면서 순자금조달 규모가 축소됐다. 지난해 기업의 순조달 규모는 34조2000억원으로 전년 77조5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김용현 팀장은 “기업은 통상 순이익이 늘면 여기에 차입금이나 주식 발행으로 조달한 돈 등을 더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는데 지난해엔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가 감소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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