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된다”… 부상도 못 막은 박슬기 ‘금빛 질주’
트랙·도로 금메달 수확…전국장애인체전 2관왕
부상 악제에도 출전 강행…“이젠 다시 세계 무대로”
2026년 09월 13일(일) 19:30
부상을 딛고 전국장애인체전 2관왕에 오른 전남 장애인사이클 박슬기(왼쪽)가 강병수 감독과 환하게 웃고 있다.
“힘들어도 버티면 다 됩니다.”
전남 장애인사이클 박슬기(41·한전KDN)가 힘겨웠던 시간을 딛고 다시 페달을 밟아 전국장애인체전 정상에 섰다.
박슬기는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이클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목에 걸며 2관왕에 올랐다.
그는 근본 대회에 앞서 지난달 25일 창원에서 열린 사전경기에서 트랙 독주 1㎞ 금메달과 개인추발 3㎞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제주에서 열린 도로경기에서도 금빛 질주를 펼치며 이번 체전을 마무리했다.
박슬기는 “지난해에는 훈련이 부족해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더 열심히 훈련을 했고, 힘들어도 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티면서 탔다”고 말했다.
사이클 선수로 10년째 활동 중인 박슬기는 한때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2024년 태극마크를 단 그는 대표팀 생활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후 한동안 훈련을 중단하고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전남 사이클의 강병수 감독은 그런 박슬기를 재촉하지 않았다.
강 감독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놓은 것이 있으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몸과 마음부터 회복하라고 했다”며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기다렸고, 3~4개월 정도 지나자 결국 슬기가 먼저 다시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다시 자전거에 오른 박슬기는 올해 전국장애인체전을 목표로 훈련량을 끌어올렸다.
평일에는 전남 사이클 선수단과 함께 훈련했고, 체전을 앞두고는 주말도 반납한 채 합숙훈련을 이어갔다.
나주 영산강 일대 등을 달리며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채워 나갔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또 한 번 큰 고비가 찾아왔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박슬기는 한쪽 손을 핸들에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 자전거를 조종한다.
도로훈련 중 움푹 패인 구간을 지나던 순간 손이 핸들에서 빠지면서 균형을 잃고 크게 넘어졌고, 치아와 인중, 무릎 등을 다쳐 출전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고 지점은 이날 훈련 종료 지점을 불과 100m가량 앞둔 곳이었다.
바로 뒤에서 훈련을 지켜보던 강감독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강감독은 “슬기가 넘어지고도 ‘감독님 죄송해요. 제가 손이 빠졌어요’라고 하더라”며 “조금만 일찍 훈련을 멈췄다면 다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도자로서 죄책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한계에 다다른 선수가 마지막을 버텨내는 과정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사고 이후에는 그 판단을 수없이 되짚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아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강 감독은 출전을 만류했지만 박슬기가 먼저 경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감독은 “그동안 쌓아놓은 훈련이 있어 기본적인 경기력은 나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걱정이 컸다”며 “많이 다친 상황에서도 슬기가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그 의지가 이번 대회 출전과 메달 획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대회 직전 충분히 자전거를 타지 못했지만, 여름 내내 흘린 땀은 빛을 발했다.
박슬기는 “밖에 나가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것이 좋고 재미있다”며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힘들고 두렵더라도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체전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은 박슬기는 이제 다시 세계무대를 바라본다.
박슬기는 “세계선수권에 나오는 선수들과 경쟁해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번 체전을 통해 힘들어도 버티면 된다는 걸 배웠다. 할 수 있다고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제주 글·사진=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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