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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백투더주간한국] 1975년 A급 가수 출연료 '5000원'…"교통비도 부족해"

“가수들이 낮은 현행 방송 출연료에 불만을 품고 방송국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백투더주간한국] 1975년 A급 가수 출연료 '5000원'…"교통비도 부족해"

“출연료 4배 올려 달라”던 1975년…미디어 생태계 50년째 ‘팍팍’

[편집자주] 1964년 9월 27일. 국내 첫 주간지 ‘주간한국’은 32면의 타블로이드판 시사주간지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창간 후 4년 뒤 주간한국은 41만 5000부를 인쇄하면서 국내 일간지 및 종합지 등 모든 정기간행물을 통틀어 최대 부수를 발행했습니다. 오락이 배고프던 때 당시 8면이던 일간신문으로는 요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중가요가 지면에 소개된 것은 주간한국이 처음이었습니다. 삼성 이병철 회장과 유일하게 생포된 무장간첩 김신조를 단독 인터뷰한 것도 주간한국이었습니다.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플랫폼이 난무하는 현 시대에 과거 주간한국의 기지와 재미, 엉뚱한 착상 등을 되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시대가 변해도 소재만 다를 뿐 주간한국 전성기의 제작 기법은 현재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주간한국> 1975년 2월 2일자에 실린 ‘방송 출연료 400% 인상 요구’ 제하의 기사. 사진=주간한국 DB

[주간한국 강민혜 기자] “가수들이 낮은 현행 방송 출연료에 불만을 품고 방송국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1975년 2월 2일자(538호) <주간한국>에 실린 ‘방송 출연료 400% 인상 요구’ 기사의 첫머리다. 기사는 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 (이하 위원회)가 방송 출연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가수들은 A급 가수의 방송 출연료가 5000원에 불과해 의상비와 미용비, 교통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현행 출연료의 4배 이상 인상을 요구했다. 또 TV 출연이 음반 판매로 이어지는 선전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아 방송 출연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호소했다.

당시 위원회 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출연 거부까지 불사하며 투쟁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전체 회원의 이름으로 400% 인상을 주장하며 이른바 ‘A급’(2만원), ‘B급’(1만 6000원), ‘C급’(1만원)으로 오른 금액을 각각 요구했다. 이보다 앞서 전년 1월에도 출연료 인상을 시도했고 당시 3월 말까지 기다려 달라는 답을 받았다는 주장도 더했다. 위원장은 전(全) 회원 750명의 이름을 토대로 출연료 400% 인상을 관철시키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사에선 위원장 발언을 토대로 당시 400% 산출도 정리했다. 구체적으로 1970년 이후 물가가 300% 인상된 점, 의상비 인상폭이 큰 점, A급 TV 탤런트의 출연 횟수가 늘어났음에도 25분 출연 기준 1만 3500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는 점, 가수라는 특수 직업상 교통비 지출이 직업인보다 많은 점 등을 꼽은 것이다. 아울러 라디오 방송의 경우 A급은 3000원을 받는 데 불과했다. 위원장은 이 외의 경우 1000~2000원선에서 산정된 출연료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돈’ 고민은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다르지 않다. 1975년에도 미디어 생태계 내 다른 업권과 비교하며 부당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오늘날을 한정된 제작비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지난 16일 정부 지원을 받는 중예산 영화를 대상으로 배우 출연료를 순제작비의 10% 미만으로 책정하도록 하는 자율협약을 제작사·매니지먼트사와 체결했다. 일부 톱스타에게 제작비가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해 중예산 영화 제작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방송업계 역시 경영난과 광고 시장 침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 등의 영향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중앙그룹 내부에서는 비용 통제와 조직 개편을 둘러싼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법인카드 사용 제한과 인사 불안이 나타나는 한편 신문 부문에서는 “수익을 내는 신문보다 방송과 뉴미디어에 투자가 집중됐고 결국 방송 부문의 부담을 직원들이 다 같이 떠안는 것 아니냐”는 내부 불만도 나오고 있다.

◇ 영화·방송·신문 가리지 않은 ‘비용 고민’

문체부와 영진위는 지난 16일 ‘한국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정부-제작사-매니지먼트사 간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BH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숲, 제이와이드컴퍼니 등이 참여했다. 제작사와 프로듀서, 배우 매니지먼트사가 중예산 영화 제작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협약의 핵심은 영진위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에 한해 배우 출연료를 순제작비의 10% 미만으로 책정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순제작비가 50억원인 작품이라면 배우 출연료를 5억원 미만으로 책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정부 지원을 받는 중예산 영화에만 적용되는 자율협약이다. 정부가 배우 출연료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제도가 아니라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가 자율적으로 제작비 구조를 개선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이 같은 논의가 나온 배경에는 영화 산업 침체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투자 위축과 관객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배우에게 제작비가 집중되면 촬영·조명·미술·의상 등 다른 제작 부문의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중예산 영화 제작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협약을 추진했다.

영화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방송업계도 광고 시장 침체와 OTT 확산, 콘텐츠 제작비 상승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일부는 수익 감소 속에서 비용을 줄이고 조직을 재편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이른바 ‘JTBC 사태’ 내홍을 겪은 중앙그룹 내부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내부는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영화계는 제작비 배분을, 방송사는 경영 효율화를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은 지상파에서 OTT로 바뀌었고 콘텐츠 시장 규모도 크게 성장했다. 콘텐츠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배분할 것인가는 여전히 한국 미디어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1975년에는 낮은 출연료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제작비 집중과 투자 위축, 수익성 악화 속에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 새로운 숙제가 됐다.

강민혜 기자 min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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