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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배터리3사 가동률 절반 못 넘겼지만··· '대 반전 기회' 열린다

미국의 '탈중국' 에너지 정책과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발 전력 폭증이 맞물리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AI 데이터센터 급증과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배터리3사 가동률 절반 못 넘겼지만··· '대 반전 기회' 열린다

EV 수요 부진에 가동률 일제히 50% 아래로

IRA·탈중국 규제 타고 에너지저장장치 수주 '폭발'

CHARGE법 통과시 韓 '절호의 찬스' 맞는다

국내 배터리 3사의 가동률이 사상 처음으로 일제히 50% 아래로 추락했다. 북미 전기차(EV) 수요 냉각의 충격파가 생산 현장까지 뒤흔든 결과다. 그러나 업계는 위기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미국의 '탈중국' 에너지 정책과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발 전력 폭증이 맞물리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의 대 중국 공급망 규제가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배터리 3사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동률 쇼크 ··· 3사 동반 50% 이하 사상 처음

각 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가동률은 47.6%로 전년(57.8%) 대비 10.2%포인트 급락했다. 삼성SDI 소형전지 가동률도 58.0%에서 50.0%로 내려앉았고, SK온은 43.8%에서 48.7%로 소폭 반등했지만 절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3사 모두 동시에 50% 이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경은 뚜렷하다. 미국 내 EV 보조금 축소와 관세 강화가 겹치며 북미 EV 배터리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식었다. 수요 예측에 맞춰 선제 증설에 나섰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공급 과잉이라는 역풍을 정면으로 맞은 것이다.

◇EV 라인, ESS로 전환 '가속도'

위기 속에서 배터리 3사가 찾아낸 돌파구는 ESS다. AI 데이터센터 급증과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추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SS 배터리 수요는 359GWh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 ESS 시장도 2030년까지 연평균 22.3% 성장해 83GWh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배터리 3사는 비어 있는 EV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돌리는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가동하면서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17일(현지시각)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양산에 돌입했다. 당초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 설립된 라인에서 ESS용 배터리를 제조하는 것으로, 2분기 이후 본격 양산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미국에서 맺은 43억달러 규모의 LFP 각형 배터리셀 공급 계약이 테슬라의 차세대 ESS 시스템 '메가팩3'에 납품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은 내년부터다. 한화큐셀스 USA와는 2028~2030년에 공급할 5GWh 규모 ESS용 LFP 계약도 체결했고, 대만 델타일렉트로닉스와도 미국 주택용 ESS 배터리 약 4GWh를 5년간 공급하는 최대 1조원 규모 계약을 확보했다. 미시간 홀랜드 공장,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등 북미 곳곳에 ESS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올해 북미 수주 목표를 90GWh 이상으로 잡고 있다.

삼성SDI도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디애나주 스타플러스에너지(SPE) 합작공장의 다수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 중이며 일부는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미국 에너지 인프라 업체와 2조원 이상의 ESS용 LFP 수주를 따낸 데 이어, 최근 넥스테라 에너지와 최대 4374억원 규모의 추가 계약도 성사시켰다. 현재 북미 유일의 비중국계 각형 ESS용 배터리 생산 업체로서, LFP 기반 차세대 제품 'SBB 2.0'의 하반기 미국 현지 양산을 준비 중이다. 회사 측은 이미 ESS 배터리 생산능력의 90% 이상을 수주 계약으로 채웠다고 밝혔다.

SK온은 지난해 말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하고 ESS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편하는 조직 재편을 단행했다. 블루오벌SK 단독 운영으로 연간 45GWh의 추가 생산능력도 확보했다.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과 2030년까지 최대 7.2GWh 규모(약 2조원)의 ESS용 LFP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조지아주 공장에서도 올해 안에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탈중국 관세 장벽'이 만든 구조적 기회

미국의 정책 환경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구조적 순풍을 만들어주고 있다. 현재 미국 ESS 시장의 약 80%를 중국 기업이 점유하고 있지만, 중국산 ESS 배터리에는 43.4%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지난 조 바이든 정부에서 무역법 301조에 의거 중국산 비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관세 25.0%를 적용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법 122조에 의거해 부과한 15% 관세와 기본 관세가 더한 수치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의한 관세부과가 위법이란 판결을 내렸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을 내세워 다시 관세를 부과했다.

43.4% 세금을 덧붙여도 중국산이 더 싼 상황이지만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한국산 ESS에 우호적이다.

우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돕고있다. 재생에너지·ESS 설비에 세액공제를 제공하면서 '북미 또는 우방국산 콘텐츠' 비율에 따라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는 구조로, 국산 콘텐츠 요건은 2025년 45%에서 2027년 이후 55%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여기에 '특정 외국 우려 기업(FEOC)' 규정과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까지 더해지며 중국 배터리·장비의 세액공제 접근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공화당이 발의한 CHARGE법(적대적이고 유해한 충전식 에너지장치에 대한 대응)이 통과될 경우 상황은 한국 기업에게 절대적으로 우호적으로 바뀐다. 미국 내에서 제조되고, 중국 공산당의 통제 하에 있지 않으며, 보안이 검증된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적 공급자가 바로 한국의 배터리 3사다.

한 에너지 단체 관계자는 "ESS가 전력 인프라 범주에 포함되면서 미국 내 동맹국산 배터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해 '메이드 인 USA' 레이블을 붙일 수 있다는 점도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세제 혜택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과제도 만만찮다…소재 공급망·가격·정책 불확실성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은 83.3%에 달한 반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계 점유율은 4% 수준에 불과하다. ESS 시장의 사실상 표준인 LFP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아직 초기 단계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도 극복 과제다. 전구체·흑연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90%에 달한다. 중국가 소재 공급을 통제할 경우 속수무책이 된다.

유럽에서는 중국 CATL의 공세도 변수다. CATL은 스페인 사라고사에 연간 최대 50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장을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유럽 시장에서 한국 기업 셀 생산 점유율은 75%에 이르지만, CATL의 현지 진입으로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정책 불확실성도 걸림돌이다. 미국 내 정권·의회 구도 변화에 따라 IRA나 OBBBA 관련 세제가 완화·재조정될 경우 현재의 '반사이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S 수주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소재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관세 반사이익이 생겨도 이익이 상쇄될 수 있다"며 "LFP 기술 자립과 원료 다변화가 병행돼야 실질적인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제조업 육성·대중 견제라는 세 가지 정책 기조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ESS 분야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의 우위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ESS 시장이 연평균 35% 성장해 2035년에는 8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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