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동두천시 생연동에 방치됐던 빈집을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사들여 철거한 자리에 원도심 인근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초등학생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동두천 다함께돌봄센터 2호점’이 들어섰다. 동두천 다함께돌봄센터 2호점의 외부 모습. 빈집애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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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기지를 품고 있어 한때 ‘리틀 시카고’로 불렸던 경기 동두천시 생연동 일대는 2016년부터 시작된 미군기지 이전으로 급격한 침체를 겪고 있다. 동네가 쇠락하면서 나타난 여러 문제 가운데 한가지는 ‘빈집’의 증가다. 원도심에서 지역 주민들의 이주 발생률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빈집이 늘고, 이런 빈집들이 나머지 주민들의 이탈을 더욱 부추기는 일이 가속화되고 있다. 빈집이 빈 골목을 만들고 나아가 빈 마을을 만드는 식이다.
그렇게 천천히 비어가던 생연동에 2024년 12월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줄 공간이 들어섰다. 원도심 인근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초등학생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동두천 다함께돌봄센터 2호점’이 바로 그곳이다. 사람이 살지 않은 채로 오랫동안 방치돼 흉물이 된 빈집을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사들이고, 이를 철거한 자리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화사한 벽돌 건물을 신축했다. 지금 이곳은 최대 45명의 초등학생을 돌보는 ‘마을 사랑방’이 됐다.
이곳은 지자체의 ‘빈집 정비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빈집 정비사업은 인구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인한 주택 수요 공급의 불균형으로 전국적으로 빈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빈집과 폐건물 등을 개량(리모델링)하거나 철거해 공공 자산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을 말한다. 그동안 지자체가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사업인데, 지난해 5월 빈집 관리 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범정부 빈집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국 단위 대응책이 마련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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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두천시 생연동의 한 빈집(왼쪽)과 이를 철거한 자리에 새로 들어선 ‘동두천 다함께돌봄센터 2호점’. 들어섰다. 네이버 지도 및 빈집애 누리집 갈무리
빈집 문제는 비단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다. 빈집이 생기면 쓰레기 무단 투기로 인한 악취는 물론이고, 잡초와 해충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노후화에 따른 붕괴나 화재 등 안전사고도 문제거니와 노숙인이나 비행 청소년이 빈집을 점거하면서 동네가 우범지대로 변하는 일까지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심지어 빈집은 전염병처럼 퍼진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거 환경이 나빠지면서 거주자들이 다른 데로 이사하면서 빈집이 생기고, 그런 동네에는 새로운 거주자를 찾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빈집은 군집 형태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의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지원시스템 ‘빈집애’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전국 곳곳의 빈집들을 수리하거나 철거 뒤 신축해 다양한 공공 시설로 활용 중이다. 충남 청양군은 방치된 빈집을 무상 임차하고 무상으로 리모델링한 뒤 이를 귀농·귀촌한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월 1만원에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빈집 이음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강원 춘천에서는 후평동의 한 빈집을 매입한 뒤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한 사례도 있다. 그 밖에도 여러 빈집들이 주차장, 공원, 텃밭 등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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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문제의 가장 큰 맹점은 전국에 빈집이 얼마나 많은지 정부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빈집행정조사 결과 2025년 기준 전국에 빈집은 14만971호로 집계됐다. 하지만 2024년을 기준으로 국가데이터처가 조사한 주택총조사에 따른 빈집은 159만9086호에 이른다. 17개 시·도가 2020∼2024년 자체적으로 실시한 빈집 실태조사에서 전국 빈집은 7만1228호뿐이다. 비슷한 시기에 시행된 조사인데도, 지자체별 자체 조사 수치가 주택총조사와는 22.5배, 행정조사와는 2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조사마다 빈집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주택총조사는 매년 11월1일을 기준으로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모든 주택을 빈집으로 친다. 신축·매매·임대·이사·미분양 등 ‘일시적으로 비어 있는 주택’(일시 공실)도 포함이다. 행정조사는 지자체 실태조사와 비슷하게 도시는 1년 이상 비어 있는 주택, 농어촌은 1년 이상 비어 있는 주택·건축물로 빈집을 정의하고 있다. 빈집이 정확히 몇호인지, 어느 지역에 빈집이 많은지, 빈집이 된 사유는 무엇인지 등 빈집의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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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총조사, 빈집 실태조사, 빈집 행정조사를 통해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빈집 문제가 더 이상 인구 감소를 겪는 농어촌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도시지역도 빈집 문제의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주택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도 적지 않은 빈집이 발생한다. 빈집 행정조사 기준으로 서울에도 5천가구가 넘는 빈집이 있다. 특히 성북구(720가구), 강북구(492가구), 노원구(394가구), 도봉구(354가구) 등 서울 외곽 지역에 많고, 용산구(556가구)나 서대문구(352가구) 등 서울 한복판에도 적지 않은 빈집이 분포해 있다.
빈집은 발생 원인도 다양하다. 비수도권 농어촌지역의 경우 인구 소멸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도시지역에서도 동네가 노후화되거나 홀몸노인이 사망하는 등의 이유로 빈집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구잡이식으로 정비사업 구역을 지정했다가 사업이 지연되면서 공동체가 와해해 빈집이 늘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빈집의 발생 원인은 지역마다 사례마다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실태조사부터 제대로 되어야 기초 정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빈집 소유주의 자발적인 정비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빈집 정비사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소유주의 동의 확보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빈집은 소유주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 소유주를 찾더라도 철거나 공공활용의 협조를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빈건축물정비특별법안에서 빈집 소유자의 관리 책임을 명문화하는 한편, 자발적으로 정비하려는 소유주에게 철거비용 지원과 건축 특례 등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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