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에르 반포의 가구 내부. 사진 제공=포스코이앤씨
후분양 아파트에서 ‘선택옵션’이 사실상 의무 부담으로 바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에어컨 등 계약자가 제외할 수 없는 추가 품목 비용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나왔다. 명목상 주택 공급가격과 별도로 계약하는 선택품목이지만 이미 공사가 진행된 탓에 실질적으로는 분양가에 준하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는 발코니 확장과 천장형 시스템에어컨, 실외기실 자동개폐 그릴을 반드시 포함해 계약해야 했다. 전용면적 115㎡의 경우 발코니 확장비 2687만 7000원, 시스템에어컨 7대 설치비 1431만 3000원, 자동개폐 그릴 99만 원 등 공급가격 외 추가 부담액이 총 4218만 원에 달한다. 전용 84㎡도 필수 추가 부담액이 약 2623만 원 수준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여서 발코니 확장비 등 건축비가 일반 단지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일부 후분양 단지에서도 발코니 확장비가 의무 항목으로 붙었다. 올해 3월 입주한 경기 의왕시 ‘제일풍경채 의왕고천’은 전용 84㎡ 발코니 확장비를 타입별로 896만 1077만 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12월 입주 예정인 인천 검단신도시 ‘호반써밋Ⅲ’도 전용 84㎡ 타입별 397만 532만 원, 전용 97㎡ 타입별 357만~456만 원의 발코니 확장비를 공급가격과 별도로 내야 한다. 해당 단지 모집공고에는 확장계약과 비용 납부를 거부하면 주택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추가선택품목 제도는 고급 사양 비용을 기본 분양가에 일괄 포함하지 않고 원하는 계약자만 별도 부담하도록 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11년부터는 시스템에어컨과 주방형 붙박이 가전 등도 법정 추가선택품목에 포함됐다.
다만 후분양에서는 공정상 어려움이 따른다. 발코니 확장은 창호·단열·바닥·벽체 마감이 함께 이뤄지고 천장형 시스템에어컨도 배관·배선·천장 마감 공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공정이 상당 부분 끝난 뒤 세대별로 선택을 다시 받으면 기시공 부분을 철거하거나 재시공해야 해 공사 기간과 비용이 늘고 하자 책임도 복잡해진다. 사업자 입장에서 전 세대를 동일 사양으로 시공하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반영해 올해 2월부터 건축공정률 60% 이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주택에 한해 발코니 확장을 전 가구에 일괄 적용하고 비용을 분양가와 별도로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천장형 시스템에어컨과 실외기실 자동개폐 그릴 등은 특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기시공된 시스템에어컨 등도 발코니 확장과 같은 기준으로 묶어 적용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선택 자체가 불가능한 품목이라면 일반 추가선택품목과 구분해 ‘의무 부담 품목’으로 표시하고 주택형별 총액을 공급가격과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후분양의 공정상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고상 공급가격만으로 실제 계약에 필요한 자금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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