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함께한 광주의 하모니, 새로운 50년을 향해
전남광주시립합창단, 19일 전당 대극장서 창단 50주년 기념 ‘엘리야’ 공연
광양·나주 합창단과 시립교향악단 참여…화합의 의미 더해
2026년 11월 01일(일) 18:10
전남광주시립합창단이 오는 19일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창단 50주년 기념공연 ‘엘리야’를 선보인다. 공연에 앞서 주요 장면의 시연을 지휘하고 있는 임창은 예술감독.
1976년, 광주의 음악인과 시민들이 한데 모여 노래를 시작했다. 전문적인 공연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함께 노래하고 음악을 나누려는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작은 시민합창단으로 출발한 이들은 정기연주회를 열고 국내외 무대로 활동을 넓히며 지역 합창음악의 기반을 다져왔다. 때로는 시민들의 기쁨을 함께 노래하고, 때로는 광주가 겪은 아픔을 위로하며 곁을 지켰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쌓아온 시간이 어느덧 반세기가 됐다.
전남광주시립합창단이 창단 50주년을 맞았다. 시민들의 작은 모임에서 출발해 지역을 대표하는 전문 합창단으로 성장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무대가 마련된다.
전남광주시립합창단(예술감독 임창은)은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 전남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제206회 정기연주회 ‘엘리야(Elias)’를 선보인다. 광주와 전남의 시립예술단체들이 힘을 모아 창단 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합창 공연이다.
합창단의 뿌리는 1976년 11월 장신덕 조선대 교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광주시민합창단이다. 1978년 시립합창단으로 정식 출범한 뒤 석복룡 초대 지휘자를 시작으로 여러 지휘자와 단원들이 활동을 이어왔다.
초창기에는 정기연주회로 기반을 다졌고, 이후 국내 다른 지역과 해외로 무대를 넓혔다. 고전부터 현대 작품까지 다양한 합창곡을 선보였으며, 5·18을 기리는 공연과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음악회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정기연주회 200회를 맞으며 지역 합창음악의 역사를 쌓아왔다.
전남광주시립합창단 단원들이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창단 50주년 기념공연 ‘엘리야’의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 앞서 시립합창단은 최근 전남광주예술의전당 합창단 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념공연의 취지와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50주년 기념작으로 선택한 곡은 독일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 헨델의 ‘메시아’, 하이든의 ‘천지창조’와 함께 세계 3대 오라토리오로 꼽힌다. 오라토리오는 종교적 이야기를 독창과 합창, 관현악으로 들려주는 음악 형식으로, ‘엘리야’는 성경 속 예언자가 온갖 시련에도 신념을 지키는 과정을 그린다.
임창은 예술감독은 “50주년을 앞두고 어떤 작품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알릴지 고민했다”며 “엘리야가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이 그동안 합창단이 걸어온 길과 닮았다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오랜 가뭄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나선 엘리야가 바알을 섬기는 예언자들과 대결한다. 2부에서는 이세벨 여왕의 박해를 피해 광야로 떠난 엘리야가 절망에 빠지지만 다시 용기를 얻는다. 마지막에는 불수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며 이야기가 끝난다.
웅장한 합창과 극적인 음악 전개도 특징이다. 바흐와 헨델의 전통적인 합창 기법에 낭만주의 음악의 풍부한 감정을 더했다. 엘리야의 고뇌는 독창으로, 백성들의 절규와 환희는 합창으로 표현된다. 등장인물과 사건이 뚜렷해 한 편의 오페라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고난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 엘리야의 모습은 광주가 지나온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시민들의 희생과 끝내 희망을 잃지 않았던 모습은 오늘날 광주가 간직한 정신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베이스 사무엘 윤, 소프라노 이윤경, 알토 임지연, 테너 진철민.<전남광주예술의전당 제공>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전남·광주 통합을 맞아 지역 예술단체들이 한 무대에서 화합의 의미를 나눈다는 점에서 뜻깊다. 전남광주시립합창단을 중심으로 광양시립합창단과 나주시립합창단이 참여하고, 전남광주시립교향악단이 관현악 연주를 맡는다. 광주와 전남의 음악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웅장한 합창을 통해 통합의 의미와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를 전할 예정이다.
독창자로는 베이스 사무엘 윤을 비롯해 소프라노 이윤경, 알토 임지연, 테너 진철민이 참여한다. 주인공 엘리야 역의 사무엘 윤은 유럽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해 온 성악가로, 독일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지역 출신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들이 함께한다.
시립합창단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시민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지역 합창단들과의 교류도 넓힐 계획이다. 내년 7월에는 광주를 비롯해 나주·순천·광양·목포·여수 등 6개 지역 시립합창단이 함께하는 공연을 구상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무대에 참여하는 대규모 합창 축제도 준비 중이다.
임 감독은 “합창은 특별한 악기가 없어도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이라며 “시민들이 직접 노래하고 즐기는 기회를 넓혀 광주에 합창문화를 더욱 활성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지역의 합창단들과 더욱 활발하게 교류하고 국내외 무대에도 적극 나서겠다”며 “시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합창단으로 새로운 50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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