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사 신기원 연 삼성전자
반도체 호황에 전년 대비 755%↑
석달 만에 작년 영업익 훌쩍 넘어서
가전·스마트폰 실적은 저조 엇갈려
노조 “정당한 보상 강력히 요구”
삼성전자가 7일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올 1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1%, 영업이익은 755% 급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태극기와 회사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 1분기 57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한국 기업사(史)의 신기원을 열었다. 올해 들어 3개월간 벌어들인 돈이 지난해 한 해 전체 영업이익(43조6011억원)을 13조6000억원이나 넘어섰다. 중동 전쟁이라는 돌발 악재가 터졌으나,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범용 D램, 낸드플래시까지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분기 매출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에 돌입한 HBM4까지 가세하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훌쩍 넘어 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줄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755%나 급증한 5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기존 최고치인 지난해 4분기(20조737억원)보다 배 이상 많고,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의 연간 전체 영업이익(58조9000억원)에 맞먹는 실적이다. 단순 계산하면 90일간 매일 6355억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기업 중 삼성전자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낸 곳은 애플(76조6300억원)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62조18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57조6800억원)밖에 없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이자, 반도체 라이벌인 대만 TSMC의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은 약 26조원(2025년 4분기)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매출은 13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1% 증가했다. 증권사 평균 전망치(매출 121조4000억원, 영업이익 41조8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1분기 성적표가 국내 기업 최고 기록을 올릴 수 있었던 동력은 단연 반도체의 활약이다.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은 전 분기(16조4000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었난 50조원 정도로 업계는 추정한다. 전체 영업이익의 90%가량을 DS 부문이 담당한 셈이다.
그 배경에는 AI 인프라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글로벌 빅테크가 있다. AI 칩과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갈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제품 전반의 가격을 밀어올린 게 고스란히 수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며 수익성이 좋아진 데다 구글 등 빅테크가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며 “HBM 위주로 생산라인을 확대하면서 범용 D램 품귀 현상을 초래한 것도 수익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D램 판매로만 4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90~95%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도 약 60% 뛸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D램 가격이 지난해 대비 250% 폭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생산·증산 능력이 경쟁사보다 앞서는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 고지’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KB증권은 327조원, 메리츠증권은 322조원, 한국투자증권은 302조원을 각각 제시했다.
가전·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완제품(DX) 사업부는 반도체 가격 급등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DS 부문의 ‘약’이 DX 사업부에는 ‘독’이 된 것이다.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는 전년 동기 4조3000억원의 절반 수준인 2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TV와 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올해 1분기에도 적자 혹은 소규모 흑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조원,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잠정실적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시장과 내부 전망치로 올해 영업이익 270조원 이상이 확실시된다”며 “실제 성과와 실적 전망에 맞는 1등 기업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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