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는 기타 아시아 지역. / 생성형 AI(챗GPT 등)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세계 1위 반도체 노광 장비 업체 네덜란드 ASML의 한국 매출 비중이 직전 분기 대비 두 배 넘게 뛰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D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선단 공정 투자 집행이 앞당겨질수록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등 차세대 제품을 둘러싼 양사 경쟁도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 비중 韓 늘고, 中 줄고
16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전날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340억~390억유로에서 360억~400억유로로 상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힘입어 첨단 메모리와 첨단 로직에서 극자외선(EUV) 채택 확대와 노광 수요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단순한 업황 회복보다 선단 공정 중심의 설비투자 강도가 예상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지역별 매출 비중 변화다. ASML의 1분기 중국 매출 비중은 직전 분기 27%에서 19%로 8%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매출 비중은 22%에서 45%로 수직 상승했다. 중국의 레거시(구형) 공정 투자가 미국의 수출 규제와 업황 조절로 주춤한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한국 메모리 업계가 전 세계 EUV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독식하며 선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저개구수(Low-NA) EUV 장비 출하량을 최소 6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2027년에는 고객 수요가 뒷받침될 경우 최소 80대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첨단 공정용 장비 공급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의 선단 공정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c 전환 가속…HBM4E 선점 경쟁
업계에서는 한국 메모리 업체들의 이 같은 공격적인 장비 확보 행보를 6세대(1c) 나노 D램 양산 안정화와 7세대인 HBM4E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한 배수진으로 풀이한다. HBM4E는 7세대 고성능 메모리로 6세대 제품인 HBM4보다 더 높은 대역폭과 낮은 전력 소모를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베이스 다이의 로직 공정 고도화와 더불어 적층되는 D램 셀의 미세화를 뒷받침할 초미세 노광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와 차세대 D램 경쟁에서 필요한 미세공정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SK하이닉스는 ASML코리아로부터 11조9497억원 규모의 EUV 노광장비를 오는 2027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 역시 대규모 EUV 장비 추가 발주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좌측부터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 /사진 제공=ASML
ASML의 장비 도입 시기를 예상보다 앞당겨 6세대 제품의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과 동시에 7세대 규격에 맞춘 공정 검증을 조기에 완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선단 공정 장비가 팹(Fab)에 배치되는 시점이 빨라질수록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가 요구하는 샘플 대응과 품질 인증 시점도 비례해서 당겨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의 한국 매출 비중 확대는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선단 공정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결국 HBM4 이후 차세대 제품 경쟁도 시장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