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트렌드 잘 읽어낸 삼성 급부상
韓 기업 로봇 출시·투입도 발 빨라
AI 패러다임 전환에 日은 또 주춤
글로벌 첨단산업 분야의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이 한국에 주도권을 내준 데 이어 최근 부상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도 또 한번의 ‘역전극’을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1980년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일본 5대 반도체 기업(NEC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 마쓰시타)이 주름잡았다. 산업연구원은 “1987년 일본이 세계 D램 시장의 80%를 장악했다”며 “D램 원조인 인텔의 시장 점유율은 1974년 82.9%에서 1984년 1.3%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금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일본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덤핑’을 했다며 일본산 수입 물량을 제한하는 노골적 견제구를 던졌다.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 시대가 열리며 시장 트렌드도 급변했다. 장기적인 성능 보증보다는 3~5년의 단기 보증용 D램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막대한 물량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필요했다.
이때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인텔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삼성전자는 가정용 PC 두뇌에 자사 D램을 심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본은 눈앞의 현실을 외면한 채 25년 보증의 ‘과잉품질’ D램을 계속해서 찍어냈다. 결국 2020년대 일본 반도체 점유율은 10% 이하로 주저앉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며 격차는 더욱 뚜렷해졌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2028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약 3445억 달러(494조원)로 제시했다. 일본 상위 100개 기업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값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제 다음 경쟁처는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은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를 발판으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2030년에는 주요 제조 거점을 AI 자율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미국 현대차 공장에 투입해 2028년에는 부품 분류 작업, 2030년에는 부품 조립 작업에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삼성·현대·LG·SK텔레콤은 최근 로봇 AI 데이터 및 파운데이션 모델 스타트업 ‘컨피그’의 초기 투자 라운드에 약 403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소니·혼다 등 원조 로봇 강국이던 일본은 AI 시대 패러다임 전환 앞에서 주춤하고 있다. 이번에도 ‘완벽주의’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휴머노이드들은 이미 35년 전부터 춤을 추고 있었지만, 완벽한 하드웨어를 추구하다 수만번 넘어지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얻어 학습하는 AI 소프트웨어의 잠재력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출하된 휴머노이드 로봇(1만6580대) 중 일본의 비중은 0.5%(84대)에 그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 주도로 민관 합작법인 라피더스를 설립해 내년 하반기까지 미국 IBM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2나노 첨단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라며 “이번을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초정밀 부품 기술력을 앞세워 10여개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피지컬 AI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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