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훈 한국금융경제신문 고문
한국금융경제신문=양지훈 기자 | 지방대학의 캠퍼스를 걷다 보면 한때 학생들로 북적이던 공간이 점차 비어가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대학은 더 이상 ‘확장’이 아니라 ‘축소’와 ‘재편’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유휴부지의 증가다. 유휴부지는 단순히 비어 있는 땅이 아니라, 대학의 재정과 지역사회, 나아가 고등교육의 지속 가능성까지 연결된 복합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지방대학 유휴부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효율적인 자산 관리에서 비롯된다. 대학은 공공성과 교육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기관이지만, 동시에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방대학에서 유휴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방치하거나 최소한의 유지관리만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유지비용의 지속적인 발생을 의미하며, 이미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를 만든다.
또한, 유휴부지는 지역사회와의 단절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학은 지역의 핵심 거점으로서 문화·경제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활용되지 않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지역과의 연결성은 약화한다. 특히 지방 도시의 경우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대학의 공간이 비어 있다는 것은 곧 지역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 소멸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더 나아가 유휴부지 문제는 대학의 경쟁력 약화와도 직결된다. 캠퍼스 일부가 비어 있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으며, 이는 신입생 모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유휴부지는 단순한 공간 문제가 아니라 대학 브랜드 가치와도 연결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유휴부지를 부담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첫 번째 방안으로는 산학협력 기반의 공간 활용을 들 수 있다. 대학이 보유한 유휴부지를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해 연구개발(R&D) 센터,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 창업지원 허브 등으로 전환한다면 안정적인 임대 수익과 함께 교육·연구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기존 대학 인프라를 활용한 R&D 허브로 재편하고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다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두 번째로 공공·민간 협력형 개발 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자체와 협력해 청년주택, 공공임대주택, 문화복합시설 등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이는 대학 재정에 임대수익을 제공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프라를 공급함으로써 대학의 공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청년층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로는 교육 콘텐츠와 결합한 수익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유휴부지를 활용해 평생교육원, 직업훈련센터, 글로벌 교육캠프 등을 운영한다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교육 모델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공간을 단순한 강의실이 아닌 ‘경험형 학습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네 번째로는 친환경·에너지 사업과의 연계도 주목할 만하다.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이나 스마트팜 등을 도입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며, 동시에 ESG 경영을 실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제도적 지원이다. 현재 대학이 보유한 토지를 활용하는 데에는 각종 규제와 절차적 제약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대학 유휴부지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통해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국유지 또는 학교법인 소유 부지의 용도 변경 절차를 간소화하고, 일정 기간 법인세·취득세 감면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기업과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또한 공공-민간 협력(PPP) 모델을 도입해 재정 부담을 분산하고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대학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다.
결국 지방대학의 유휴부지는 위기의 징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느냐에 달려 있다. 방치된 공간으로 남겨두지 않고, 대학과 지역,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유휴부지는 ‘문제’에서 ‘해답’으로 바뀔 것이며, 단순한 잉여자산이 아니라 지역 재도약의 핵심 자원이 될 것이다. 국가가 체계적 관리와 과감한 정책 지원을 병행한다면, 이는 지방 소멸 위기를 완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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